세계 불평등 줄이는 커피 한 잔의 ‘가치 소비’에 주목하라
스페셜티 커피 한 잔에 담긴 투명성, 추적가능성, 지속가능성은 ‘가치 소비’로 이어진다.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균형은 이 ‘가치 소비’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소비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지속가능한 커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가치 소비’ 문화를 확산하고, 부산을 한국 한정이 아닌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인식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치 소비와 걷기 좋은 커피도시 커피 생산 지역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커피 벨트’에서 생산한 커피가 부산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커피 모종을 심고 첫 수확을 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다행히 병충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은 커피나무에서 잘 익은 커피 열매를 손으로 하나하나 딴다. 이후 커피 열매는 한 달 이상의 가공과 건조 과정을 거쳐, 건식 제분소(드라이 밀)로 보내진다. 탈곡한 생두는 현지 수출업자를 통해 커피 소비국으로 수입되고, 소비국에 도착한 생두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모모스커피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 자체가 MZ세대 소비 문화와 잘 맞는다”며 “커피 한 잔의 소비를 통해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전했다. 커피 생산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과정을 통해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위계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 된다는 지적이다.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시작된 북미와 유럽에서도 이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알리고 산업으로 발전시켜 왔다. 세계적으로 커피도시로 꼽히는 도시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고 ‘걷기 좋은’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포틀랜드, 스타벅스를 낳은 시애틀, 호주 멜버른이 그렇다. 한국 생두 수입 물량의 약 95%가 부산을 통해서 수입된다. 부산은 커피 수입의 관문인 항구도시로 첫 번째 조건은 갖추었다. 하지만 ‘걷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부산이 커피 수입의 관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2022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먼스커피 대표)는 “생두 판매 업체 대부분이 서울·경기지역에 몰려 있어 부산에서 생두를 받아 수도권에 올라갔다 다시 선별 포장 후 부산으로 내려온다”며 “생두 kg당 500~700원의 추가 물류비용이 든다. 이 같은 이중 물류 비용 해소를 위해 부산시가 보세창고를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계적 인식 확산 필수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 1세대로 불리는 대구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는 부산이 다시 커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1980년대 말 등장한 ‘가비방’은 최초의 현대적 커피 전문점이자 직영점을 지역 내에 확산한 사례로 현대 카페 문화가 정착하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부산은 과거 커피 문화를 선점했던 모델이 있었고 이후 세계 커피대회 우승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과거의 커피 문화 기반이 최근 스페셜티 커피 산업 확산과 결합하면서 부산이 커피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커피도시를 칭하는 도시는 부산 외에도 강릉 등 다양하다”며 “국제적으로 부산을 커피도시로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는 “현재 지역성이 강한 부산진구와 영도구의 커피축제를 세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세계 유명 커피 챔피언이나 커피 산지 생산자를 축제에 초청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부산이 커피도시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산이 국제적으로 커피도시로 인식이 되면 앞으로 부산이 커피 원두를 역수출하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커피 대회 유치와 글로벌 커피 박람회 개최의 중요성도 크다. 비영리 단체인 스페셜티커피협회(SCA) 한국챕터 정연정 매니저는 “세계의 커피인을 부산으로 불러올 수 있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 유치와 커피 박람회 개최는 부산을 커피도시로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022-09-18 [19:34]
“소비자가 좋은 커피 즐겨야 생산자도 동기 부여받아 선순환”
노르웨이는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선두 주자다. 2000년 시작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대회 초대 우승자가 노르웨이 출신 바리스타였다. 20여 년의 대회 역사상 노르웨이는 덴마크와 함께 가장 많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3명을 배출한 나라다. 노르웨이 생두 수입회사 ‘노르딕 어프로치’ 모르텐 베네스가드(50·사진)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며 “커피 생산자가 품질에 투자하면서 스페셜티 커피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소비자 역시 커피 품질에 따라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페루 커피 산지에서 만난 베네스가드 대표를 지난 14일 부산에서 화상으로 다시 만났다. 부산이 커피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2003년 노르웨이 유명 커피 종합회사 ‘솔버그&한센’에서 산지 방문 바이어로 커피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1년 공동 창업자와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러시아 등지에 생두를 공급하는 ‘노르딕 어프로치’를 설립했다. 2017년에는 남미 커피 생산국에 생두 조달회사 ‘트로픽’을 추가로 설립했다. 그는 “부산은 아직 가 보지 않았다. 서울 방문 경험을 기대 말해 보자면 한국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굉장히 빨리 발전한 나라로 아시아 마켓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베네스가드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생산자만큼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존재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좋은 커피를 즐겨야 생산자가 동기 부여를 받아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는 “커피도시란 아주 비싼 게이샤 종 커피만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의 다양한 좋은 커피를 소비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이 레벨 노멀 스페셜티’(높은 수준의 보통 스페셜티)라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산일보〉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듯 부산이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커피도시에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이다”며 “부산만의 스토리텔링으로 관심을 이끌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09-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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