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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선포 특별기고] 4.일본의 자치조직권
지방자치권을 구성하는 자치권능 가운데 자치조직권은 지역주민을 위하여 일하는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기관 구성의 자율성과 더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법령과 조례에 따라 주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공무원의 임용, 해임 등에 관한 권한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방분권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이웃나라 일본은 자치조직권에 관하여 어떤 논의들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일본은 지방분권 실시 이전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내부조직에 대해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었으나,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자치조직권을 널리 인정하고 있다. 즉, 현행 일본 지방자치법에서는 보통지방공공단체의 장은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분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내부조직을 둘 수 있고 해당 보통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근 하위의 내부조직 설치 및 분장하는 사무에 대해서는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보조, 보좌하는 조직 구성에 있어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법에서는 의무설치기관으로 부단체장, 회계관리자를 두고 있으나 의무설치기관 이외의 직원의 정수는 조례로 정하도록 하되, 임용, 인사평가, 근무조건, 징계 등에 관해서는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일본 지방자치법 제172조). 그리고 지방자치 등 법령에서 정한 위원회 이외에 조례로 비상근 전문위원을 둘 수 있기도 하다(일본 지방자치법 제174조).
일본 지방공무원법은 지방공공단체의 행정을 민주적이면서 능률적으로 운영하고 특정지방독립행정법인의 사무 및 사업의 실시를 보장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본지를 실현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 지방공무원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의 의장 등 법령 또는 조례에 따른 임명권자는 각각 직원의 임면, 인사평가, 휴직, 면직 및 징계 등을 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여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방공무원을 임명할 때에는 경쟁시험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선고(選考)라 하여 경쟁시험 이외에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을 거쳐 지방공무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지방공무원에 관한 인사행정 운영현황은 매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를 종합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총무성은 지방공무원제도가 원칙에 입각하여 운영되도록 협력하고 기술적 조언을 할 수 있다. 즉 중앙행정기관은 지방공무원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지도․감독관계 보다는 기술적 조언을 하는 대등협력관계임을 지방공무원법에서도 선언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지방공무원의 역량 여하에 달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사무의 특성에 따라서 지방공무원을 임용, 배치하고 조직관리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준다면 지방자치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023-09-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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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선포 특별기고] 3.독일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권
독일은 16개의 지방국가들로 구성된 연방국가이다. 여기서 국가란, 쉽게 말하자면, 고유의 헌법이 존재하고, 헌법에 따라 입법・행법・행정부라는 국가기관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지방자치는 ‘지방국가(주)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서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연방국가의 헌법(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보장에 관한 규정만 두고 있고, 각 주는 주 헌법에서 지방자치의 보장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이를 토대로 각 주는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결국 독일의 지방자치는 16개주 별로 제정되어 있는 지방자치법을 통하여 시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 기본법 제28조 제2항과 주법으로서, 예컨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헌법 제71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지방자치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으로 이로써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일련의 자치권(Selbstverwaltungshoheit)이 보장된다. 이 가운데 하나가 조직권(Organisationshohieit)이다.
독일에서 조직권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의 행정조직을 자기의 재량으로 설치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으로 이해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내부기관의 조직에 관한 권한을 말한다. 조직권은 국가의 직접적인 침해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하지만, 국가의 간접적인 침해나 제한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국가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직권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사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정도의 조직상의 권한은 보장되어야 한다(국가의 조직권 제한의 한계).
이러한 원칙에 따라, 독일 각 주의 지방자치법들은 의결기관인 평의회(Gemeinderat)와 집행기관인 시장(Bürgermeinster)에 관한 규정 이외에도, 그밖에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공무원과 공무종사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예컨대 바덴뷔르템베르크 지방자치법 제56조는 사무수행에 필요하고 적합한 공무원과 공무종사자를 둘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문적인 사무수행을 위해서 상급의 행정사무수행 능력 공무원이나 공무종사자를 적어도 1인 이상 두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기도 한다. 메크렌부르크-포어폼몬 주 지방자치법 제41조와 같이 인구 1만 명 이상의 게마인데에는 남녀평등문제를 담당하는 성평등 담당관을 두도록 한다거나, 제41a조와 같이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위한 사무를 게마인데의 사무로 규정하고 이를 담당하는 자문기관 또는 담당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법상 이와 같은 정도의 조직상의 제한은 허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요컨대 독일 각 주의 지방자치법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관련하여 의결기관(우리나라의 지방의회)과 집행기관(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관한 규정에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사무수행에 필요한 공무원들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일정 사무를 담담하는 기관을 두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써 조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와 같은 제한은 없어 보인다. 독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주 공무원법상의 공무원(국가공무원)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제한이 독일에서는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2023-09-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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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선포 특별기고] 2.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회의원선거,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재실시되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통해 자기부담에 의하여 처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행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목적을 달성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와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역시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하여 기구와 인력에 대한 강력한 통제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을 왜 중앙정부가 관리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정원은 전년도 기준인력, 소방인력, 국정현안 수요, 지역현안수요 그리고 조직관리 인센티브를 통해 산정하고 있다. 기준인력은 인구, 면적, 주간 인구, 65세 이상 인구, 사업체 수, 장애인 수, 외국인 인구, 농경지 면적 등과 같은 행정수요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원을 산정하면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수요 지표들은 인구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지표 간 다중공선성을 가진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반영한 정원 산정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기준인력 이외에 별도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재정적인 패널티를 받게 된다. 즉, 기준인력에 대한 경비는 보통교부세를 통해 교부받고 있는데, 기준인건비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보통교부세 미교부 이외 추가적으로 재정패널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인력 이외 추가인력을 고용하여야 하나 재정패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수요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의 양으로 바꾸던지, 현행 행정수요 지표를 통폐합하고 새로운 지표를 포함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개선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이 반영된 기구와 정원이 산정되는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에 대한 관점을 혁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수와 정원을 중앙정부가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견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이 있다. 이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을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신 중앙정부는 행정기구와 정원과 관련된 조직분석을 실시한 후 지방의회,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2023-09-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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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선포 특별기고] 1. 지방정부 조직‧운영의 자율성 강화, 그 당위성과 개선방안
지방의 행정기구‧정원‧사무분담 등 조직의 형성‧변경‧폐지에 관한 자주적 권능을 자치조직권 또는 조직고권이라 한다. 헌법재판소는 “조직고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하는 권능으로서 자치행정을 실시하기 위한 행정조직을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이러한 조직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은 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자치조직권은 법령에 의해 강력히 제한받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부단체장의 정수와 직급 등을 직접 상세히 규정하고, 지방행정기구 및 정원과 소속 행정기관의 설치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기준인건비제 위반시 보통교부세를 조정하고, 인사 등에서의 각종 협의제도를 사실상 ‘승인’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지나치게 상세하게 지방행정기구의 조직과 수, 직급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법규명령에 대한 위임은 헌법 제75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한정된다. 「지방자치법」 제125조에서 법령으로 위임한 사항은 정확히 “인건비 등...기준”에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범위를 넘어서서 최대한의 제약을 가하고 있다.
지방의 조직‧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지방조직을 대통령령이 아닌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②전면적인 조례위임이 당장 어렵다면 대통령령에서 자치조직권을 제약하는 세부사항을 삭제하고 법률의 위임취지에 부합하도록 ‘기준’에 관한 규정만으로 정비하며, ③부단체장 정수와 직급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여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④기구 설치 및 인사 등에 따른 각종 ‘협의’ 제도를 삭제하며, ⑤기준인건비제를 지방에 대한 통제로 활용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하였다. 지방의 발전은 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주며, 그 능력을 믿어 주는 바탕에서 이뤄진다. 진정한 지방시대는 지방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제도의 빗장을 열고,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수요에 따른, 역동적이며 유연한 행정이 가능한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9-18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