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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의 해수욕장에는 시즌 최초로 140만 명이 넘는 피서객들이 몰렸다. 만일, 바다로 갈 수 없는 일상에서는 어떻게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그럴 때 가장 편리하고 고마운 존재가 있으니, 바로 에어컨이다.
하지만 에어컨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하고 이기적인 발명품이기도 하다. 에어컨이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에어컨 내부의 가스가 증발하며 주위의 열을 빼앗게 된다. 이때 증발한 가스를 다시 응축하여 실내로 보내기 위해 실외기가 필요한데, 실외기는 에어컨과 반대로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다. 길거리에서 실외기를 지나치면서 뜨거운 바람에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면 바로 이 때문이다.
프레온가스로 인해 오존층 파괴
엄청난 전기에너지 사용도 골치
게다가 에어컨에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물질인 데다가 에어컨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보통 2㎾ 내외로, 60W 정도인 선풍기에 비해 적게는 25배, 많게는 40배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때 화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결국 나의 시원함을 위해 누군가를 덥게 만들고, 오늘의 편안함을 위해 내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역설적이게도 에어컨을 쓰면 점점 더워지고, 또 더워진 만큼 에어컨을 쓸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최근에 긍정적인 결과들을 낳고 있는 전기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덴마크의 경우 풍력발전만으로 1년간 필요한 국내 전기수요의 140%에 이르는 에너지를 만들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자국 내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쓰고 주변 국가에 판매도 가능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이와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덴마크뿐 아니라 전 세계 발전량 가운데 37.3%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썼던 노력 덕분이다. 이는 현재 화력발전을 통해 60%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에도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과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자극이 될 수 있다. 정부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은 전체 3.52%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애초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1%로 확대하겠다던 계획도 2035년으로 연기했다. 우리에게도 분명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번 여름, 한국전력공사는 하절기(7~9월) 전기세 인하정책을 발표했다. 당장에라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매력적인 뉴스지만, 잠시 멈추고 한 번 더 고민해보자. 나날이 더워지는 지구에 북극곰은 집을 잃고, 쪽방촌 사람들은 냉방기기 하나 없이 무더운 여름 동안 고통받고 있다. 인도 같이 더운 나라에서는 더위로 수천 명이 사망하기도 하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력소모가 적은 선풍기나 얼음물 등을 이용해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과 소외된 다른 이들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 등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노력이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좀 더 시원하고 행복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과 공생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능할 것이다.
김상원
'인디고잉'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