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Biz] CEO와 차 한 잔 - '할매손 충무김밥' 정용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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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손 충무김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바른푸드 정용수 대표. 바른푸드 제공

할매손 충무김밥의 정용수 대표는 담백하기가 충무김밥 같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행님(형님), 자신보다 나이가 적으면 동숭(동생)으로 부른다. 붙임성이 좋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왠만한 사람은 30분 내에 형제가 되고 만다. 필자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행님'으로 불리고 있다.

맨밥을 김으로만 돌돌 말아
상하지 않게 한 데서 유래

행님, 충무김밥이라는 이름이 어째서 생겼는지 압니꺼.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김밥도시락이 쉽게 상한다 말입니다. 그래서 맨밥을 김으로 말고 반찬을 따로 담았는데 이게 충무김밥이 된 겁니다.

행님, 제가 누굽니까. 할아버지로부터 어장 관리를, 장모로부터 충무김밥을 배운 충무 사나이 아입니까. 세상에 충무김밥이 널려 있어도 제가 만드는 충무김밥보다 더 충무다운 충무김밥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행님. 만약에 그런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보이소.

행님, 할매손 충무김밥이 왜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아십니까. 제가 만드는 충무김밥은 이름 그대로 저의 삶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를 속이는 얄팍한 맛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혼이 담겨야 합니다. 할매손 충무김밥 프랜차이즈는 반짝하고 나타난 아이디어 상품이 아닙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지만 맛이 왜 다릅니까. 뼈속까지 충무사람이어야 충무김밥의 맛을 되살릴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제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랍니까.

할매손 충무김밥 맛의 근원은
성공과 실패 안겨준 통영 바다

▲통영 한산도 앞바다 전경. 부산일보DB


할아버지는 통영(충무)의 한산도 동좌리 어장에서 굴, 멍게를 키웠습니다. 그러니까 50여 년째 충무의 바다에서 살아온 겁니다. 저는 행님, 23살 때부터 통영 수협의 경매사로도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28살에 할아버지의 어장을 물려받았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온 제가 모르겠습니까. 충무김밥의 맛이 어떠한 것인지 말입니다. 충무김밥 프랜차이즈 사업에 저는 충무의 자존심을 함께 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 혼이 담기지 않은 충무김밥은 형님, 충무김밥이 아니라고 봅니다.

많은 것을 주지만 한 번에 거두어 가는 것이 또한 바다입니다. 바다는 저에게 시련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활어를 수입하는 대일 활어운반선 사업에도 손을 댔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큰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행님, 제가 이렇게 웃어가며 이야기를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제 개인사에 대한 넋두리 같지만 결국 이러한 것들이 할매손 충무김밥의 정신이 되었다고 봅니다.


▲대일 활어운반선 26세양호 사진. 바른푸드 제공


2006년 통영이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일 활어운반선인 26세양호(408t)가 가라앉은 것입니다. 그 선주가 바로 정용수 저란 말입니다 행님.   

일본 시모노세키 항에서 30억 원 어치의 활어를 싣고 오던 세양호는 욕지도 남방 45마일 공해상에서 침몰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선장과 선원 등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7명의 선원들에 따르면 선박 앞쪽에 물이 차고 갑자기 엄청난 파도가 덮치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30여 분만에 수심 190미터 아래로 가라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더군요. 우와, 그때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행님, 제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바다에서 먹고살기로 작심하게 된 것이 누구 덕분인지 아십니까. 바로 숨진 선장입니다.

살아 돌아온 선원들에 따르면 선장은 선원들을 구명보트에 타게 하고 선원 1명과 함께 배에 남아서 마지막까지 기울어져가는 배를 바로 세우려고 한 모양입니다. 결국 배가 가라앉으려 하자 항해일지 등을 챙겨 브릿지를 벗어나는 순간 배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행님,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코끝이 찡해집니다. 안 그렇습니까 행님? 자기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선장은 제게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나서 경황이 없어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장의 숭고한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는 겁니다. 저는 바다에서 모든 것을 잃고도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정용수 대표가 운영하는 통영 방어 양식장 전경. 바른푸드 제공

충무김밥 프랜차이즈에 이어 방어 양식 또한 제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재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되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는 겁니다.

방어 양식이 그렇습니다. 양식장 사업이 포화상태라 돈벌이가 시원찮던 시기에 배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정치망에 방어가 많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겁니다, 형님. 10킬로그램 이상인 대방어와 이하인 중방어는 가격 차이가 많습니더. 치어는 마리당 3천원 선인데 대방어는 20여만 원 합니더.

남들은 당연히 여겼지만 저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활어운반선에 헐값에 사와서 동해안 속초나 경주 감포에서 통영까지 이동했지예. 처음에는 이동 중 절반이 죽었지만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2010년부터 5년 가량 돈을 좀 만졌지요. 행님, 방어 양식이나 할매손 충무김밥이나 다른 게 뭐 있습니까. 생각만 쪼매 바꾸면 되는 일을.

할매손 맛과 프랜차이즈에 자신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공략 대박


▲할매손 충무김밥의 프랜차이즈 1호점 마린시티점. 바른푸드 제공

형님, 제가 바다 얘기만 하니까 "이놈은 천상 뱃놈이네. 뱃놈이 무슨 김밥 체인점을 운영한단 말이고"하고 의심하시는 거 다 압니더. 저 아무 생각 없는 놈 아닙니더, 저 한테는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보는 남다른 감각이 있습니더.

할매손 충무김밥은 최근 전국 최대 규모의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고 있습니다. 성장속도에 다들 놀랄 수밖에요. 남들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거죠. 지금은 충무김밥의 백화점 진출이 익숙한 일이지만 처음엔 입점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돌하게도 저는 통영이라는 안방을 떠나 부산 공략에 나섰지요. 2013년도 장인이 돌아가셨습니다. 충무김밥집은 다들 물려받길 꺼려서 제 몫이 됐습니다. 저는 연구 끝에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전환하고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첫 가맹점을 열었습니다.

부산의 부자동네 입맛부터 장악하겠는 복안이었는데 대박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형님, 통영 촌놈의 도발이 성공하자 주변으로부터 문의가 늘더라고요. 현재까지 프랜차이즈가 87개에 이르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부산 사람들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걸자 반응이 바로 일어난 겁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충무김밥은 라면에 김밥 따라오듯 나오는 사이드 메뉴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 고정관념 때문에 충무김밥집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충무김밥도 메인 메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렸지요. 충무김밥 하나로 승부하려면 충무김밥 하나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형님.

이러한 돌직구가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더라는 것 아닙니까. 충무김밥만 하니까 오히려 충무김밥의 전문점으로 인식되더란 말입니다. 이래 되니까 형님, '게임 끝'인 거죠. 너무 내 자랑만 하나. 형님.

재료는 맛 철저히 당일 재료만 사용
무 지역별로 다른 수분함량까지 감안

▲할매손 충무김밥의 대표 메뉴. 바른푸드 제공

'재료는 맛이다'라는 구호 아래 당일 재료를 소진하는 것을 철저히 지킵니다. 항상 오늘 무쳐가지고 오늘 판매를 하는 형식이지요. 형님 이 원칙을 세우는데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어느 정도 평균이 나오고 나서는 당일 양념 무치고 당일 파는 게 지켜지더라고요.

충무김밥은 섞박지와 어묵오징어무침 반찬 두 가지로 간단하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우리 제품을 두고 섞박지가 특히 맛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과식초 양념 배합의 비법이 있습니다. 무도 지역마다 다 틀리는데, 지역에 따라 양념을 달리 합니다. 지역 무의 수분함량에 따라 레시피가 틀립니다. 고춧가루도 매운 상태나 고추 종류에 따라 엄선합니다.

프랜차이즈든 자영업이든 소상공인들이 찾아와 성공 비결을 물으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짜장면 집 하나 내고 싶으면 배달 6개월은 하고 가게를 열라고 말입니다. 자기 인생을 투자하는데 알아보지도 않고, 자기와 맞는 일인지도 모르고 해서야 어떻게 성공을 바라겠습니까. 최소한 그 집에 가서 설거지라도 해야 합니다. 설거지라도 일 년 정도하면 뭐가 보입니다.

선장 목숨 걸고 선주와 신의 지켰듯
본사는 가맹점 늘리기 하지 말아야

할매손 충무김밥의 인기의 비결을 말해 달라고요, 형님? 할매손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의리를 지킨 결과라는 점을 알아주십시오. 할매손은 특정 지역에 한 개만 문을 열도록 한다는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국에 300개 정도가 가입하면 모집을 중단할 겁니다. 바다에 희생당한 선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더. 선장님이 선주와 선장 간의 의리를 지켰듯이, 저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약속을 지킬 겁니다.

형님, 물 속으로 가라앉을지언정 책임을 다하는 선장님처럼 그렇게 살 겁니다. 선장님이 배와 운명을 함께 한 것은 머리로 굴려서 내려진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뱃사람들에게서만 존재하는 본능입니다. 저 혼자 살 궁리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약속을 지킬 겁니다. 그래서 니도 잘 살고 나도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리가 없으면 프랜차이즈 사업은 오래 못갑니다. 뱃사람들의 세계는 거칠기가 짝이 없습니다. 의리가 없으면 깡패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행님, 안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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