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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동일은 건설 회사가 아니라 투자 회사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일스위트 김은수(52) 대표이사는 동일스위트의 모회사인 부산지역 향토 중견 건설업체 (주)동일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봤다. 김 대표가 동일스위트 법인을 만들고 경영 일선에 나선 지 올해로 15년. 아파트, 공공주택, 개발 사업이 한계 상황에 이른 지금. 김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를 직접 만나 동일의 미래에 대해서 들어봤다.
■건설업 27년 차, 역발상 경영
김은수 대표는 1994년 대우 건설에 입사해, 1997년 아버지인 김종각 회장이 창업한 동일로 자리를 옮겼다. 대리직으로 시작한 그는 주택 개발과 공사 발주 등의 업무를 맡으며 현장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워나갔다. 2000년부터 동일의 사장으로, 2006년에는 동일의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전략으로 '동일스위트' 법인을 설립했고,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섰다.
그 사이 동일은 2015, 2016년 영남건설사 2년 연속 1위, 국내 시공 능력 평가 순위 35위, 2017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2004년 동일과 관계사를 합한 매출이 2000억 원인 걸 감안할 때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선 뒤 5배가 성장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성장의 배경을 이룬 경영 철학으로 '불경기 때 시작하고 호경기 때 쉬자'는 역발상을 꼽았다. 김 대표는 "경쟁이 줄어드는 불경기 때는 저렴하게 용지 확보가 가능해 오히려 사업 여건이 좋다"며 "호경기에는 아파트나 주변 땅값이 올라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줄이는 방향의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경기라고 무조건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다. 그는 "불경기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서도 전세 가격이 반등하는 등 터닝포인트 시작점이 보일 때 공격적으로 용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사업 확장
김 대표는 입사 후 사업부지 매입을 전담하면서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 97년 경기도 용인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서울 방화동과 삼성동에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김 대표의 역발상 전략이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곳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동일 스위트리버다. 2000년대 중반 당시 휘경동은 용인이나 경기도보다 소외된 지역이었다. 김 대표는 이곳이 경기도보다 무조건 오른다라는 확신에 과감하게 부지를 매입했다. 김 대표는 "당시 수도권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있는 분위기였다"면서 "과감한 투자 이후 2009년 준공 1년을 남겨두고 분양가의 30%가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서울 삼성역 인근 대치동 업무용시설 부지를 매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동일의 서울 진출의 출발점이자, 부산 기반 건설업체가 수도권 분양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금융위기로 회복이 되었다가 2기신도시와 뉴타운등 물량 과다 공급으로 2015년부터 다시 불황을 맞은 수도권에 발을 들여 공격적으로 용지 확보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도권 진출에 나섰다. 수도권, 대전 등 부동산이 침체돼 있던 지역을 찾아가 부지를 확보하고, 분양하는 전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동일스위트는 수도권·중부권에서 분양하는 단지마다 이른바 '완판 행진'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중이다.
성공적으로 분양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2010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다 공급량을 볼 때 한계점에 이른 것 같아 최근 3~4년간 공급을 안 했다"며 "그 사이에 부산 지역도 크게 상승해 부산지역 투자도 늘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동일스위트가 올 하반기 부산 장림동에 500세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부산에서 오랜만에 진행하는 분양소식을 전하며 김 대표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랜드마크 꿈꾸는 옛 한글라스 부지
최근 부산지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 부지로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일대 한글라스(한국유리) 부지가 꼽힌다. 2013년 공장 설비 등이 역 외로 이전하며 가동을 멈춘 후 동해안 해안 풍경을 저해하며 문젯거리로 남아있던 곳을 동일스위트가 2017년 사들인 이후 2019년 철거까지 완료하며 향후 일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일스위트는 이곳을 해양도시 부산의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일스위트는 사전협상 제도에 따른 부산시와의 협상을 통해 공공기여 외에 수익성 없는 공공성 시설까지 이중 부담을 안으면서 시의 개발 방향을 대폭적으로 수용할 예정이다. 부지의 52%에 공공성이 높은 문화·관광시설을 짓고, 주거시설은 48% 이하로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시민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시의 입장에 공감해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수용할 계획"이라며 "공원, 해양스포츠 시설 등을 잘 만들어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해안가에는 각종 체험이 가능한 액티비티 존과 해양공원, 스트리트몰, 다양한 숙박시설 등을 갖춘 특화된 리조트가 조성된다. 또 갈맷길과 동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조성할 계획이다. 건물의 외관도 예술성 있게 조성해 그 자체로도 관광상품이 되도록 국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주거시설도 일률적인 외관에서 벗어나 부산을 상징하는 특화된 콘셉트를 반영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은 시간이 지나면 가장 보람 있을 사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생각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계속되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실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물량이 많이 없으니까 심리적으로 급한 분들이 시장 가격과 맞지 않게 계약을 하고, 그렇게 한 명이 계약한 금액이 그 지역의 호가가 돼버린다"며 현재 형성돼 있는 가격에 일부 거품이 끼어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과거 IMF, 금융위기 등의 학습효과에다 시중에 현금성 자산이 많기 때문에 향후 꺼지는 거품은 10% 내외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일이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는 용지가격이 올라서 기대 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가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뒤 동일의 미래는?
건설업에만 매진하던 동일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아파트, 공공 주택 개발 사업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동일을 투자회사로 변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동일은 몇 년 전 한 바이오 기업에 과감히 투자를 했고 최근 회사가 상장하면서 괜찮은 성과를 올렸다. 기관 투자자를 제외하고 일반 투자자로 유일하게 참여해 이룬 이번 성과에서 김 대표는 투자회사로의 변신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동일은 여러 가지 분야의 전망을 보고 투자회사로 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10년 후에는 건설회사가 아닌 투자 회사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복지법인 설립, 사회공헌 앞장
동일은 30여 년 동안 지역 내 저소득 가정과 홀몸 어르신 등에 대한 기부와 지역 사회 공헌 활동, 장학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다 2015년 사회복지법인 동일을 설립했다. 아버지인 김종각 회장은 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105호 회원으로 가입했고, 김 대표도 아너 소사이어티 160호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동일은 기장군청, 양산시청과 산청군청, 부산진구청, 대전 대덕구청 등에 구정 이웃돕기 성금을 총 1억 원가량을 기탁했다.
김 대표는 "사회 공헌 활동과 기부 등은 기업이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의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업 이익을 나눔으로써 사회적 소명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