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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협성건설의 하이엔드 아파트 ‘테넌바움294’가 평당 430여만 원을 깎는 할인 분양에 돌입한다. 부산에서 브랜드 아파트로는 10여 년 만의 할인 분양이다. 분양가를 바라보는 실수요자들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는데다,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협성건설은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테넌바움294를 할인 분양한다고 14일 밝혔다. 협성건설에 따르면 당초 테넌바움294의 평(3.3㎡)당 평균 분양가는 3875만 원이었다. 할인 분양 이후 협성건설은 평당 평균 3438만 7000원에 이 아파트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평당 약 436만 원가량이 할인됐는데, 할인 분양은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협성건설은 할인 분양 이외에도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새로 내걸며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약금은 1~3차에 걸쳐 5%만 내면 되고, 중도금을 없앴다. 또 잔금의 90%는 계약 이후 1년 이내에만 지불하면 되고, 계약자가 원할 경우 잔금의 20%는 최대 2년까지 내지 않고 유예할 수 있다.
소규모 오피스텔 등이 아닌 브랜드 아파트가 부산에서 할인 분양에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사가 입주민들과의 마찰을 불사하고 분양가를 할인하고 있지만, 부산은 그렇지 않았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분양 업계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할인 분양 단지가 나왔다.
그만큼 부산의 미분양 통계는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496가구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후 8월(5652가구)까지 4개월 연속 5000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573가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후분양 아파트인 테넌바움294는 올해 2월 광안리 오션뷰에 지역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분양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분양 실적을 한 건도 내지 못했다. 건설사는 분양 부진의 원인이 높은 분양가에 있다고 판단하고 할인 분양을 추진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분양가 행진이 이어지며 분양시장의 분위기도 올 초와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테넌바움294와 인접한 위치에 이달 초 분양한 ‘드파인 광안’은 평당 분양가가 3370만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지만, 인기 타입의 경우 47 대 1까지 경쟁률이 오르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올 연말이나 내년께 분양이 예고된 재송동 옛 한진CY 부지의 ‘르엘 리버파크 센텀’이나 남천동 옛 메가마트 부지의 ‘남천 써밋’(가칭) 등은 4000만~5000만 원가량의 평당 분양가를 예고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드파인 광안과 비교할 때 평당 분양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오션뷰 조망이나 입지, 고급스러운 내부 마감 등은 테넌바움294에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할인 분양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이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미분양이 쌓일수록 건설사나 시행사는 막대한 금융 비용을 치러야 하기에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분양이 점차 해소된다면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건설·부동산 업계도 정상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