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의 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 “여자 단체전 10연패 이끌 천재 궁사”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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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빛낼 태극전사
양궁 임시현

국제 대회 잇따라 우승 에이스
‘항저우’ 이후 기량 더 향상
파리 올림픽 3관왕 정조준

임시현이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양궁 국가대표 관중 및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시현이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양궁 국가대표 관중 및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국가대표 선발이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듣는 종목이 있다. 바로 양궁이다. 한국 양궁은 오랫동안 세계 양궁 무대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에 지난해 새로운 에이스 임시현(한국체대)이 등장했다. 임시현은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처음 두각을 나타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 4명을 뽑는 경쟁에서 임시현은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쳤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광주은행)도 임시현에게 밀렸다.

임시현이 펼친 이변은 우연이 아니었다. 임시현은 지난해 열린 2차(중국 상하이)·3차(콜롬비아 메데인) 월드컵에서도 빛났다. 그는 두 대회 연속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했다.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는 임시현이 지닌 에이스 기질을 드러낸 무대였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악천후 속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시현이 김우진(청주시청)과 함께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켰다.

임시현의 압도적인 기량은 이어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만개했다. 여자 개인·단체전, 그리고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임시현은 37년 만에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3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임시현의 승승장구는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임시현은 1위를 기록했다. 이어진 2차례의 월드컵 개인전에서도 우승했다. 데뷔 첫 해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이듬해 부진에 빠지는 ‘2년차 징크스’를 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양궁계 관계자들은 임시현의 실력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더욱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치열한 노력에 가시적인 성과가 더해지면 선수에겐 자신감이 생기고, 확신을 가진 채 더욱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임시현이 겪은 위기는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가 유일하다. 올림픽 전초전 성격의 이번 대회에서 임시현은 개인전 두 번째 경기만에 탈락했다. 임시현은 32강전에서 아리아나 모하마드(말레이시아)를 상대해 0 대 6으로 완패했다. 첫 세트에서 1점 차로 패배한 뒤, 두 번째 세트에서 세 발 연속으로 9점을 쐈다. 세 발 모두 과녁의 10점 구역까지 차이는 약 1mm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어진 단체전에서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과 금메달을 합작하며 패배의 아쉬움을 곧바로 털어냈다.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하는 대표팀에게 임시현의 존재감은 더욱 크다. 부족한 국제 대회 경험이 이번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실업 무대에 진출한 남수현은 19살에 불과하다. 30세 전훈영은 베테랑이지만, 메이저 국제 대회 경험이 없다. 국제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임시현이 경기장 안팎에서 중요한 이유다.

강한 성취 욕구에 성실함이 더해지면서 임시현은 단기간에 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임시현은 강원 강릉 출신이다. 넓은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쌓고 싶은 마음에 고향을 떠나 서울체고로 진학했다. 중학생 시절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고교 진학 후 치열한 노력 속에 급속도로 기량을 키웠다.

임시현에게도 올림픽은 처음이다. 지난 3차 월드컵 개인전에서 패배한 경험이 오히려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예방주사’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자만심을 방지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라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임시현이 노릴 수 있는 금메달은 3개다.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아시안게임에 이어 3관왕에 도전한다. 특히 10연패를 노리는 단체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대는 중국이다. 여자 양궁은 올해 월드컵 1·2차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연달아 중국에 패배했다. 임시현은 “중국을 만나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에 대해서도 많이 대비했다”며 “욕심을 조금 줄이고, 경기를 즐기면서, (동료들과) 다 함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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