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에코델타 의료 부지 줄이고 아파트 건립?
헬스케어 클러스터 핵심시설 축소
당초 5만 8000㎡서 3만㎡로 변경
수익성 높은 주거단지 조성 제안
바이오 특화 산업도시 공수표 우려
강서구 의료 공백 심각 현실도 외면
공사 “의견만 공유, 결정된 바 없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헬스케어 클러스터 내 의료 부지를 축소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주거단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부산시에 제안해 논란이다. 에코델타 헬스케어 클러스터는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바이오 특화 산업 도시로 조성하겠다고 공표한 곳으로 의료 부지가 핵심인 지역이다. 의료 부지를 줄인 채 주택만 늘리면 당초 계획한 사업 근간이 흔들리고, 서부산권 의료 공백 문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수자원공사와 부산시 관계자 등이 모여 ‘에코델타 헬스케어 클러스터 추진 방안’ 실무협의회를 진행했다. 수자원공사는 부산시에 에코델타 헬스케어 클러스터 내 의료 부지 축소 방안을 제안했다. 당초 계획했던 의료 부지 5만 8000㎡를 3만㎡으로 줄이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상복합이나 공공주택 부지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자원공사는 강서구 명지오션시티에 부민병원이 새 병원 공사를 시작했고, 사하구에 서부산의료원 건립이 추진 중인 점을 예로 들며, 공급 과잉 문제로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 대형 병원 신설이 쉽지 않고, 사업성도 떨어진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에코델타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병원,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는 사업으로 2019년부터 추진됐다.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협의해 추진하며 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등 바이오헬스산업 핵심 거점으로 도시를 키우는 게 목표다. 부산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헬스케어 클러스터’ 34만 2000㎡ 부지에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산대병원과 고신대병원이 해당 부지에 관심을 표명한 적 있다.
수자원공사 제안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헬스케어 클러스터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래 청사진에는 양질의 대형 의료기관을 거점으로 의료 연구 센터와 기업을 끌어들여 서부산 핵심 의료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사업 핵심인 의료 부지를 줄인다면 대형 병원 유치는 불투명해진다. 주민을 위한 시설도 아닌 주택만 늘린다면 평범한 주택 단지에 그쳐 미래 바이오 특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특히 강서구는 종합병원이 없어 부산에서도 의료 공백이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강서구는 젊은 세대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영유아부터 청장년층에 대한 의료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의료기관 확충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높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비틀어 주택단지로 만드는 것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자원공사는 내부 검토 자료를 부산시에 공유만 했을 뿐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현재 의료 산업 상황이 좋지 않아 대형 병원이 부지 조성 전에 유치될지 불투명해 민간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 등 여러 안건을 부산시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의료 사태와 대학병원 재정 악화 문제 등으로 의료시설만 들어오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의료와 연관된 민간 기업을 유치해 수익을 내고, 의료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제대로 조성하기 위한 여러 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체적으로 검토한 안건 중 하나를 부산시에 공유만 했을 뿐, 결정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바이오헬스 연구개발과 관계자는 “실무협의회에서 수자원공사가 의료 부지 축소 방안을 갑자기 제시했는데 사전 논의된 바가 전혀 없었다”며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