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분수령 'PK 목장 결투'…진짜 당심 드러날까
26일부터 부산 권리당원 당대표·최고위원 투표
노무현·정동영 등 바람 진원지 부울경인 까닭에
‘어대명’ 속 최고위원·시당위원장 변수 여부 주목
역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분수령이 돼 온 부산·울산·경남(PK)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메인 이벤트로 꼽히는 호남·경기·서울 지역 경선의 바로미터이자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본산인 부울경에서 이변이 발생할지 ‘PK 목장의 결투’에 야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26일부터 이틀간 부산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결과는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에서 공개된다. 같은 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간 진보 정당 전당대회 역사상 부울경은 대이변의 진원지였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레이스 초반 약세를 보이던 노무현 당시 후보가 부울경에서 역전에 성공 ‘노무현 바람’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 자리에 올라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2007년에는 본선에서 패배했지만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부울경 돌풍을 바탕으로 대통령 후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까닭에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부울경 경선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지되기도 한다. 앞서 제주, 인천, 강원, 대구경북 등에서는 예상대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와는 조금은 다른 기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재성, 변성완, 최택용, 박성현(기호순) 부산시당위워장 후보들 모두 친명 주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찐명’으로 분류되는 일부 후보들의 존재감이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부울경에서도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선이 3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 대안 부재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은 최고위원과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 집중한다. 9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후보가 불공정 논란을 자초하면서도 자신의 의중을 숨기지 않고 특정 최고위원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지만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예상 밖 승부가 벌어지는 까닭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를 출연시켜 “당대표 선거 총괄본부장”, “전략이나 정무적 판단도 최고이시니까 (역할을) 부탁드렸다” 등의 발언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그의 누적 득표율 12.59%로 4위에 머물고 있다. ‘개딸’로 대표돼 온 당심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부울경 경선에서 실제로 이러한 예측이 증명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김 후보는 부울경 핵심 현안 중 하나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반대 최선봉에 서 있는 만큼 부울경에서 더욱 부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기저에 있는 반명(반이재명) 표심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실제로 이미 지역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저격글이 올라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부산 야권 주요 인사로 꼽히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에게 표를 주면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배신한 이후 사과조차 없다”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를 주도, 부산 총선 패배의 큰 요인 중 하나다”고 비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