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외벽 식물 또 말라죽어… "예산 투입 되풀이 안 돼"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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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 설치 '수직정원' 작품
식물 고사로 '흉물화 논란' 반복
올해 폭염 탓 식생 유지 힘들어
단순 유지·관리 비용만 1억 원
"근본 구조·설계 문제 점검해야"

부산현대미술관 외벽에 조성된 식물이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4일 오후 건물 외벽 상당 부분에서 식물이 말라 죽어 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부산현대미술관 외벽에 조성된 식물이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4일 오후 건물 외벽 상당 부분에서 식물이 말라 죽어 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4일 오후 2시 부산 사하구 하단동 부산현대미술관. ‘수직정원’이 조성된 건물 외벽 곳곳에 심겨진 식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식물이 고사된 곳들은 갈색 흙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방문객 김 모 씨(36·사하구 신평동)는 “멀리서 볼 때는 괜찮았는데, 가까이서 와보니 곳곳에 잎이 말라죽은 자국이 보기 흉하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부산현대미술관의 랜드마크로 여겨지는 ‘수직정원’(Vertical Garden)’에 심긴 식물이 바싹 말라 죽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시는 수직정원 ‘흉물화’ 방지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식물 보식 작업 등 관리에 들어갔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도 우려하고 있다.

수직정원 같은 벽면녹화는 도심에서 추가 공간을 확보할 필요 없이 녹지를 조성할 수 있고, 공기질 개선 등 효과가 있다. 유럽도시·임업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조성된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고층 아파트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인근 대기오염을 약 20%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 단점이다. 식물이 수직으로 배치돼 물을 주기 어려운데다 수분 손실량도 많아 땅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보다 자주 물을 줘야 한다.

수직정원은 건물 벽면에 대형 부직포를 깔고, 부직포를 일부 절개·봉합해 화분형 주머니를 만들어 식물을 배치한다. ‘수경재배’와 유사한 방식이다. 일반적인 토양과 다른 환경 탓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해 유지·보수도 까다롭다. 특히 올여름 같은 맹더위나 추위 등 악천후에서는 식물이 버텨내기 어렵다.

부산현대미술관 수직정원에도 유지·보수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 부산현대미술관의 경우 보식 작업과 관수시스템 보수, 건축물 안전 점검 비용 등 수직정원을 관리하기 위한 예산만 1년에 약 1억 원이 든다.

부산현대미술관 측은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식생 환경에 최대한 맞는 수종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작가의 의도가 ‘생과 소멸’이기도 한 만큼, 많은 시민들이 ‘식물이 계절에 따라 나고 지는 것 또한 예술’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폭넓은 관점으로 수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정원은 ‘벽면녹화(수직정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패트릭 블랑이 부산현대미술관 조성 당시인 2018년 4월 선보였다. 1300㎡(약 400평) 넓이의 콘크리트 외벽에 토종·토착식물 175종 4만 4000여 포기를 심었다. 당시 약 9억 4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일부 시민들은 단순 유지·관리에만 1년에 1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든다는 점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한 사하구 주민은 “환경에 맞는 수종을 심었다면 관리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들었을지 숙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누리는 예술공간인 수직정원이 또다시 ‘흉물 논란’에 놓이는 것을 우려한다.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전문가들은 수직정원 조성 당시부터 배수와 배지 등 시공상 하자 등을 발견해 식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해 왔다”며 “시민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공간인 만큼, 근본적인 구조와 설계상 문제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를 꼼꼼히 점검하고 합당한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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