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최초 한국 사찰 황룡사 문 열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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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
히타카츠 인접 이즈미 마을
차 문화 전파 명상센터 세워

‘국경의 섬’ 일본 대마도에 최초의 한국 사찰 황룡사가 문을 열었다. 조선통신사는 물론이고 고대부터 일본에 불법을 전하러 가던 스님들까지 잠시 쉬어 가던 대마도에 한국 사찰이 처음으로 들어선 의미는 작지 않다. 대마도에는 약탈이나 대마도인들의 간곡한 요청 등에 의해 전해진 133개의 한국 불상이 남아 있지만, 세관 통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한국 불상이 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마도에 한국 사찰을 연 주인공은 기장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이다. 스님은 최근 청량사를 찾은 기자에게 일본 대마도 히타카츠항에 인접한 이즈미 마을에 총 8250㎡(2500평) 규모의 황룡사를 개원했다고 밝혔다. 황룡사의 주소는 가미쯔시마치 이즈미 이치욘로쿠마루 노이치반지이며, 히타카츠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지난달 23일 열린 개원 법회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정여 대종사,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승가대학장 도산 스님, 김홍희 사진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차인으로 활동하는 기장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이 대마도에 한국 사찰황룡사를 열었다. 차인으로 활동하는 기장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이 대마도에 한국 사찰황룡사를 열었다.

보혜 스님은 차인이자 <차향이 절로절로>, <바람이 전하는 말> 등 시집을 출간한 시인으로 활발한 문화 활동을 벌여 왔다. 2017년 사단법인 ‘향기로운 문화동행’을 창립해 지금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스님은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수행처를 찾다가 대마도와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2018년부터 대마도에서 지금의 황룡사 건물과 토지를 보유한 한국인 불자가 올해 초 무주상 보시(집착 없이 남에게 베풀어주는 일) 의사를 밝히며 이번 불사가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수 년간 비어 있던 건물을 사찰로 만드는 정비 작업을 마친 뒤에 황룡사로 개원하게 됐다. 스님은 이 과정에서 대마도 현지인들을 비롯해 많은 인연이 나타나 도움을 준 부분에 대해 큰 은혜를 입었다면서 감사했다.

황룡사 자리가 대마도의 대주요(對州窯)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대주요는 대마도의 도요지로서, 조선의 다완 제작 요청과 관리를 담당한 기관이다. 임진왜란 후 대마도는 각종 다완을 조선에 요청했고 부산요(釜山窯)와 왜관을 통해 수출된 다완을 이곳에서 관리했다. 황룡사에는 지금도 전통 다완을 굽는 가마가 남아 있고, 절 뒤편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재료인 백토가 나오는 산이 있다.

보혜 스님은 “황룡사 개원을 대마도 주민들이 반겨주고, 벌써부터 한국 관광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있다. 불교 문화와 명상, 차 문화를 통해 한·일 양국 간 우호 증진을 도모하고 한국 불교를 알리는 사찰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룡사에는 앞으로 템플스테이는 물론이고 본격적인 선명상, 차 문화 보급을 위해 체험을 강조하는 명상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황룡사 앞으로는 넓은 현해탄 바다가 이어지고 있다. 물과 공기가 좋고, 사람이 적어 조용한 섬 대마도에서 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그림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대마도 황룡사 앞으로 바다가 펼처져 있다. 황룡사 제공 대마도 황룡사 앞으로 바다가 펼처져 있다. 황룡사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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