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씁쓸한 인기’, 2년 새 경쟁률 10배
시청앞 행복주택 2단지 잔여분
입주자 모집 경쟁률 56.9 대 1
전세사기 공포에 청년들 몰려
임대료 저렴·보증금 반환 보장
주거 안정 위해 보급 확대 필요
지난해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전세사기 여파로 부산 청년들이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행복주택으로 몰리고 있다. 똑같은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경쟁률이 2년 새 10배 이상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는다. 반복되는 지역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복주택과 같은 청년 중심의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5~9일 실시한 시청앞 행복주택 2단지 잔여 세대(23가구) 추가 입주자 모집에 1309명이 접수해 5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행복주택이라는 모델이 도입된 이후 도시공사가 지금껏 실시한 모집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온 것이다.
1108세대 규모인 시청앞 행복주택 2단지는 2022년 9월에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당시에는 경쟁률이 5.5 대 1에 불과했다. 고작 2년 만에 경쟁률이 10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지난달 5일 실시한 현장 접수에는 2000명 가까운 신청자들이 몰려 순식간에 행정이 마비됐고 모집 절차를 연기할 정도였다. 대규모 인파를 예상하지 못했던 도시공사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역 청년들이 행복주택으로 몰리는 건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가 주된 원인이다.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80%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도시공사가 운영하기에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 지역 피해자는 2246명인데 계속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시청앞 행복주택의 경우 1군 건설사인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해 설계나 주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시청앞 행복주택에 거주하는 정 모(32) 씨는 “월 7000원으로 저렴하게 헬스장을 이용하는 등 다른 민간 브랜드 아파트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며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과 가까운 초역세권이고 주변에 행정기관과 대형마트도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시청앞 2단지와 함께 잔여 세대를 모집한 다른 단지들도 경쟁률이 비교적 높았다. 용호(11.5 대 1), 동래(7.7 대 1), 아미(7.6 대 1), 일광(2.6 대 1) 등을 기록했다.
현재 부산에는 5곳(시청앞 2단지·용호·아미·일광·동래)의 행복주택에 3337세대가 입주해 있다. 대학생과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이 입주 대상이다. 도시공사가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행복주택은 시청앞 행복주택 1단지(692세대)와 일광 4BL 통합공공임대주택(1134세대) 등 2곳이다.
다음 달 모집공고가 뜰 예정인 시청앞 행복주택 1단지는 내년 8월쯤 입주가 가능할 전망인데 2단지와 마찬가지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관심이 쏟아질 전망이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다른 지자체들은 청년 유입을 위해 ‘반값 전세’ ‘천원 주택’ 등 파격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전세사기 여파로 행복주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과거의 임대주택에 비해 이미지도 좋아졌다. 청년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질 좋은 행복주택을 정책적으로 확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