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초연작, 세계 춤의 수도 만든 비결 [세계 공연예술 도시를 가다]
①프랑스 몽펠리에:몽펠리에 당스
축제 계기 국립안무센터 유치
프랑스 전역 19곳으로 퍼져
이제는 두 조직 통합 움직임
예술가와 동행·실험하는 의미
초기부터 공동 제작 역할 강조
44년간 총 482개 작품 만들어
공연예술 도시 부산 되기 위해
투명한 행정, 예술가 열정 필요
전문가 식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올해 겨우 2회째를 맞이하지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비팜·10월 4~8일)에 희망의 싹이 보인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서울아트마켓(PAMS)이 B2B(Business to Business) 중심이라면, 비팜은 B2C(Business to Consumer) 형식을 취한다. 비팜은 유통 플랫폼뿐 아니라 시민 축제 형식까지 가미했다. 장기적으로 부산 지역 공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산일보가 세계적인 공연예술 도시 축제 현장 몇 곳을 다녀왔다. 부산이 공연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알아본다.
유럽에는 수많은 공연예술 축제가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약 2주간 개최되는 ‘몽펠리에 당스(Montpellier Danse·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열리는 ‘임펄스탄츠-빈 국제 무용제’가 대표적 무용 축제이다. 7월 한 달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은 공연예술 전반을 다루지만, 동시대 유럽의 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현장이기도 하다. 국제 현대춤 축제인 ‘2024 몽펠리에 당스’를 다녀왔다. 올해로 44회를 맞은 몽펠리에 당스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6일 개최됐다. 이 페스티벌이 인구 30만 명의 몽펠리에를 어떻게 ‘춤의 수도’라는 말까지 듣는 세계적 공연예술 도시란 명성을 얻었는지 알아봤다.
■수도 아닌 소도시에서 시작된 변화
몽펠리에 당스는 몽펠리에라는 도시를 문화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1981년 시작됐다. 44년 몽펠리에 당스 역사에는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이 등장한다. 세계적인 안무가 도미니크 바구에(1951~1992), 1981년 당시 시장이던 조르주 프레슈(1938~2010), 그리고 바구에를 이어 1983년부터 올해 말까지 41년간 예술감독을 맡게 된 장 폴 몽타나리(사진·76)이다. 특히 조르주 시장은 큰 비전을 제시하고, 문화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정책과 예산, 사람을 뒷받침했더니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몽타나리는 예술가의 직관으로 유능한 아티스트를 선발해 지속적으로 무대에 세움으로써 몽펠리에를 춤의 수도로 만들었다. 아마추어 무용 관객을 연합시켰고, 젊은 세대들에게 축제를 계속 열어주었다.
몽펠리에 당스는 1990년대 들어 5만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등 성공적인 국제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2007년엔 프랑스 최초로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CCN)를 설립하게 된다. 몽펠리에 시의 지원을 받은 안무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면서 신진 무용가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수도 파리가 아닌, 프랑스 소도시 몽펠리에에서 일어난 변화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출발점은 댄스 페스티벌이었다.
유럽 최초의 CCN은 몽펠리에서 프랑스 전역으로 뻗어나가 2024년 현재 19개에 이른다. 지방분권화에 기반을 둔 CCN은 중앙정부는 물론 시·도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CCN이 하는 일은 ‘창작’이다. 그 창작물은 해당 지역은 물론 국가적, 국제적인 차원에서 보급한다.
■“몽펠리에 초연 후 전 세계로”
지역 춤 축제 하나가 일으킨 날갯짓은 이처럼 상당히 컸다. 단순히 공연예술을 소비·향유하는 데만 그친 것이 아니라, 생산(제작)과 소비(유통)라는 양 날개를 달도록 했다. 프랑스를 춤 예술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올겨울 은퇴하는 몽타나리를 만났더니 몽펠리에 당스와 CCN 통합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제는 단절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서 완전 새로운 방식의 시작이 필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축제는 필수 불가결적이고 희소성이 있어야 하며,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동시에 관객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몽펠리에 당스가 여타 무용 축제들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몽타나리는 몽펠리에 당스에서 초연한 작품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 제작 시스템을 꼽았다. 예술가들의 연구와 실험을 지원하고 동행한다는 의미에서 축제 초기부터 역점을 뒀던 일이다. 올해도 15개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전체 작품 제작 편수의 80%에 이른다. 44년 동안 총 482개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국적 불문이다.
또한 2010년부터 몽펠리에 중심부에 위치한 춤 전용 공간 ‘아고라’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십 명의 예술가를 초청해 국제 레지던시를 운영한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일반에 공개하고, 댄스 워크숍을 여는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6만 관객에 연간 예산 45억 원
몽펠리에 당스 사무국 직원은 12명이다. 연간 예산 300만 유로(한화 약 45억 원) 중 200만 유로(약 30억 원)는 몽펠리에시와 옥시타니 레지옹(프랑스 지방 구역 단위의 하나), 그리고 프랑스 정부에서 나온다. 그리고 몽펠리에 당스 순수익이 100만 유로(약 15억 원)이다. 관객은 6만 명 안팎. 객석 점유율은 80~90%에 이르고, 관객은 85%가 몽펠리에 시민이다.
몽타나리는 “몽펠리에 당스에 있어서 팩토리, 즉 프로덕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축제는 그 시간에 와서 즐겨야 하는 거고, 여기서는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창작물이 없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라 카탈로그”라는 말로 창·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몽펠리에 당스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동 제작을 통한 초연작이 많다는 것은, 그 시기 그곳에 가지 않으면 그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한 몽펠리에 시민 대다수가 축제 향유자였다. 일회성 축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덕션 역할을 심도 있게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몽펠리에 당스에 동행한 신은주 BPAM 프로그래머(무용)는 “몽펠리에 방문을 통해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면서 “첫째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창작이라는 목표로 시작되고 귀결되며, 몽펠리에가 문화예술 도시로 명성을 날릴 수 있는 이유였다는 점이고, 둘째는 몽펠리에 당스가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대와 ‘몽펠리에’라는 도시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예술 원칙을 지금까지 지켜왔기에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은 “부산이 공연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조르주 시장, 바구에 안무가, 몽타나리 예술감독 등 세 사람의 경우에서 보듯 투명한 정책과 행정, 그리고 예술가의 열정 등 그런 열정과 식견을 지닌 사람일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몽펠리에=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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