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떠난 건설 현장, 기술도 끊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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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종사자 17%로 급감
10년 뒤엔 5%도 못 미칠 전망
8월 부산 취업자 13만 명 그쳐
시장 침체에 업종 선입견 영향

부산 강서구 e편한세상 에코델타센터포인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강서구 e편한세상 에코델타센터포인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의 한 중소 건설업체에 근무했던 김 모(29) 씨는 지난달 일을 그만뒀다. 다른 건설사의 임원이었던 아버지가 만류했지만 김 씨는 끝내 직장에서 나왔다. 김 씨는 “현장에서 6시에 시작하고 밤늦게 끝나는 업무보다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업황과 군대식 조직문화 등이 견디기 어려웠다”며 “아버지 세대 때의 건설업과는 명확한 차이와 한계가 존재한다. 공기업 취직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2030세대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10년 뒤에는 건설업에 종사자 중 20대 비율이 1%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현장에서는 외국인 말고는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청년이 없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1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건설 기술인 가운데 20대는 4.7%, 30대는 12.9%인 반면 50대는 32.6%, 60대 이상 22.3% 등 50대 이상이 과반을 차지했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20대가 0.6%, 30대가 3.6%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내놨다. 1군 건설사에 근무하는 장 모(34) 씨는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안전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과거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며 “퇴사하는 동료들을 보면 아예 업계를 떠나 직종을 바꾸는 일이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지역의 건설업 종사자 숫자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 7000명(-17%)이나 줄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오치돈 연구실장은 “과거 인력 부족은 급증한 공사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발생했다면 현재는 시장 침체 속 청년층이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대기업들의 사정도 좋지 않지만, 지역의 건설 현장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급한 불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 외국인 노동자 투입으로 끄고 있지만 단순 노무직 이외에는 이들을 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부산의 한 설비업체 대표는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숙련공들은 수년 내에 은퇴를 할 예정인데, 기술이나 노하우를 물려주고 싶어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20~30대 청년들이 씨가 말랐다”며 “소통이 어렵고 안정성도 낮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기술 전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이들은 전공을 살리지 않고 건설회사 대신 공무원이나 공기업, 은행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인식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 교육 과정이 있어도 지원자가 없다는 데 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회 강기윤 사무처장은 “현직에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이 건설업을 3D 업종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며 “교육 과정에서 건설업을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도록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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