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여파 ‘국민 수산물’ 위판량 반토막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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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오징어·멸치·참조기
18만 t에서 8만 t으로 급감
부산 핵심 어종 고등어도 부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 오징어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 오징어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기후 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국민 수산물’로 불리는 오징어, 멸치, 참조기의 위판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어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을 지원하는 동시에 수산업 관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중성 어종인 멸치, 오징어, 참조기의 위판량은 2020년 18만 9482t에서 지난해 8만 9364t으로 급감했다. 불과 3년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멸치는 전체 위판량의 약 3분의 2가 부산과 경남에서 처리돼 지역 경제의 위축이 우려된다. 지난해 멸치 위판량은 4만 7319t으로, 이중 부산과 경남은 각각 9162t, 2만 3121t을 처리했다.

멸치, 오징어, 참조기는 모두 대표적인 회유성 어종으로, 국내 연근해 수온이 오르면서 적정 수온을 찾아 점차 북상하고 있다. 반면 수산업법에 따라 국내 어선의 조업 구역은 한정돼 있어 어획량과 위판량은 갈수록 떨어진다. 이러한 생산성 악화로 인해 회유성 어종을 주로 잡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어선은 내년 감척 수요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폐업을 희망(부산일보 10월 7일 자 1면 보도)하기도 했다.

부산 수산업의 핵심인 고등어도 올해 들어 어황이 매우 부진하다. 고등어는 회유성인 동시에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황이 좋았다. 특히 지난해는 가을에 따뜻한 대마 난류가 남서해로 꾸준히 유입됐고, 평년보다 태풍도 적어 선박들의 조업 일수가 많았다.

고등어 위판량은 2020년 8만 2172t에서 지난해 14만 5084t으로 급증했다. 덕분에 국내 고등어의 80%를 위판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해 최근 7년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고등어 위판 실적은 153억 582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7억 9197만 원)보다 23% 줄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존 어장인 제주도 앞바다뿐 아니라 서해도 뜨거워지면서, 고등어 서식지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수산업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고등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데다, 기름값과 인건비까지 올라 선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어업인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기후 변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어업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희용 의원은 “금어기 대신 총 어획량만 할당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확대해, 어민들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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