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지각변동 조짐… 에어부산 앞날은 안갯속
대명소노, 티웨이 등 지분 확보
유럽·미주노선 외연 확장 모색
제주항공 CEO 인수합병 언급도
분리매각 불투명한 에어부산
기업결합 초읽기 설자리 잃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LCC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역 거점항공사 에어부산은 모기업 기업결합 이슈와 정부 등의 외면으로 인해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에 이어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6, 8월 두 차례에 걸쳐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지분을 매수하면서 지분율 26.77%로 티웨이항공 2대 주주에 오른 대명소노는 최근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JC파트너스의 보유 지분 50%를 471억 원에 인수했다. 내년 6월 이후 잔여 지분 50%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포함하면서 에어프레미아의 사실상 2대 주주가 됐다.
호텔·리조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외연을 확장 중인 대명소노는 항공 산업과 시너지를 거두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경영권 확보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명소노가 LCC 업계 재편을 염두에 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항공업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던 만큼 향후 순차적인 경영권 인수를 통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통합, 유럽·미주노선 경쟁력 확보라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이후 노선 확장에 대비한 덩치 불리기를 시사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 펀드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항공사를 매물로 내놓을 것인 만큼,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잉기 결함 이슈로 신규 항공기 확보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으로 기업 규모 확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처럼 국내 LCC의 지각변동이 예고되지만, 에어부산은 모기업 결합 이슈로 인해 길을 잃은 모양새다. 통합 LCC 본사를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당초 정부 약속이 무산된 이후 분리매각마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가덕신공항을 책임질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역 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촉구해 온 시민공감 등 가덕신공항 관련 시민단체들은 최근 국토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결합이 진행 중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시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업결합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국토부와 산업은행, 부산시,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 등에 에어부산 분리매각 촉구를 위한 공문을 보냈다. 4대 정당 중 답변을 보낸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결합이 이르면 내달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태도는 분리매각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지역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 정당들이 지역민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부산시청 앞 시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지역 거점 항공사 확보를 위한 거리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지역 거점 항공사 확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관련 기관의 해결책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거리 캠페인과 서명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역시 30일 부산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거점 항공사 확보를 위해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절박함을 알리는 한편 분리매각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