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앨범 발매? ‘호밀밭’의 이유 있는 도전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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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사색(四色/思索)의 노래’
조연희·라원·리스펙트럼펫 참여
책·음악 접목한 공연도 기획 중

‘2024 사색(四色/思索)의 노래. 호밀밭 출판사 제공 ‘2024 사색(四色/思索)의 노래. 호밀밭 출판사 제공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출판사 호밀밭이 지역 뮤지션들과 협업한 음반을 발매했다. 책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기 위한 시도다.

호밀밭 출판사는 최근 로컬 뮤지션들과 협업한 컴필레이션 앨범 ‘2024 사색(四色/思索)의 노래’를 공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뮤지션 조연희, 라원(La Won), 리스펙트럼펫이 참여했다. 앨범 제목인 ‘사색의 노래’는 사계절과 함께 다양한 색깔을 의미하는 사색(四色)과 생각한다는 의미의 사색(思索) 두 가지의 뜻이 담겼다.

4인조 여성 록밴드 헤디마마(Heady Mama)를 거쳐 뭄바트랩(Moomba Trap)에서 보컬과 기타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 조연희, 2020년 데뷔 이후 꾸준히 독특한 인디 팝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 라원(La Won), 부산 인디밴드 ‘스카웨이커스’의 트럼펫 연주자로 12년간 활동하고 최근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 반경을 넓힌 리스펙트럼펫까지 3명의 뮤지션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노래를 만들었다. 영상작가 이정우 감독이 리더 예술인으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시각예술작가 예가원이 앨범 아트워크를 맡아 함께 참여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애틋함과 호밀밭 출판사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뮤지션들의 해석이 담겼다.

싱어송라이터 조연희. 호밀밭 출판사 제공 싱어송라이터 조연희. 호밀밭 출판사 제공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곡인 조연희의 ‘리라’(Lyre)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에 쫀쫀하면서도 달달한 목소리가 특징인 노래다. 조연희는 시간이 지나도 물들지 않은 온전한 순수함을 떠올리고 그 순수함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 곡에서 표현했다. 고대 그리스의 현악기 이름이자 거문고자리를 의미하는 ‘리라’를 소재로 애틋함을 드러낸다.

라원. 호밀밭 출판사 제공 라원. 호밀밭 출판사 제공

라원(La Won)은 제롬 D. 샐린저의 책 <호밀밭의 파수꾼>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두 이야기가 맞닿는 지점을 ‘가상세계’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다양한 기계음과 악기를 활용해 표현했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곡 사이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리스펙트럼펫. 호밀밭 출판사 제공 리스펙트럼펫. 호밀밭 출판사 제공

리스펙트럼펫은 책과 가을에 어울리는 브라스 악기로 시작해 부드러우면서도 애틋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밤나팔꽃’(moon flower)을 선보인다. 듣는 이를 차분하게 하는 도입부가 지나면 리스펙트럼펫의 달콤한 목소리와 톡톡 튀는 멜로디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쉬운 멜로디 전개에 섬세한 가사가 인상 깊은 곡이다.

주로 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호밀밭 출판사는 이번 앨범 발매를 통해 음악과 공연 등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책이 가진 올드미디어라는 이미지를 없애고 공연과 뉴미디어를 결합한 기획을 선보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취지다. 호밀밭 출판사는 소극장이나 공연장 같은 기존의 문화공간에서 벗어나 친구 집 거실에서 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소파 쇼’(Sofar Show) 컨셉의 공연도 계획 중이다. 최근 출판사 민음사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공개하는 직장인 브이로그, 업계 관계자 인터뷰, 상품 리뷰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책을 넘어서서 독자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최근 출판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호밀밭 출판사 측은 “이번 앨범 발매는 작가와 독자, 예술가들을 참신한 방식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책, 유튜브 등과 연결하는 융복합 기획의 일환”이라며 “일상적이고 친근하면서 세련된 매체인 책과 음악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앨범 ‘2024 사색(四色/思索)의 노래’는 멜론, 벅스, VIBE 등 다양한 음원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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