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맞은 부산 서면… 인파에 밤거리 ‘북새통’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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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10시 서면 일대
곳곳에 이색 코스프레 눈길
축제 분위기 되살아났지만
인파 몰리며 아찔한 광경도
경찰 “범죄·안전 문제 집중”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주변에서 행인들이 '오징어게임'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있다. 손희문 기자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주변에서 행인들이 '오징어게임'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있다. 손희문 기자

31일 오후 10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 백화점에서 전포 카페거리 방면으로 약 50m를 걸어가니 소란스런 웃음소리와 함께 “저도 사진 찍어주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둘러싼 곳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진행 요원이 보였다. 분홍색 점프수트 차림에 얼굴에는 ‘△’가 그려진 가면을 썼다. 한 어린아이가 요청하자 장난감 소총을 장전해 연신 ‘탕 탕’ 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행인들은 신난 표정을 한 채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핼러윈 데이를 맞은 서면 젊음의 거리 일대는 평소 주말 이상으로 인파가 몰렸다. 길거리에는 호박과 거미줄, 유령 인형 등 핼러윈 분위기로 단장한 식당과 술집이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손님을 잡기 위해 코스프레를 하며 호객 행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면의 한 퓨전술집 매니저는 “지난 주말부터 ‘핼러윈 대목’이었다”라며 “오늘은 미리 인파를 예상하고 알바생을 3명 더 투입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 모습. '목 잘린 좀비' 분장을 한 코스튬 플레이어가 행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 모습. '목 잘린 좀비' 분장을 한 코스튬 플레이어가 행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눈길을 단번에 ‘강탈’하는 코스프레도 보였다. 키가 2m에 달하는 ‘목 잘린 좀비’ 분장을 한 코스튬 플레이어는 시종일관 길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에 외국인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 저곳에선 텔레토비, 세일러문, 손오공 초사이언, 마리오, 악마, 군인, 간호사, 신부 등 다양한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 인파가 집중돼 경찰이 현장 순찰과 안전 통제에 나섰다. 손희문 기자 31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 인파가 집중돼 경찰이 현장 순찰과 안전 통제에 나섰다. 손희문 기자

인파가 몰리면서 아찔한 광경도 연출됐다. 서면 젊음의거리 주요 구간에는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수시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사람들 틈을 뚫고 지나갔다. 각종 코스프레 캐릭터에 시선을 뺏긴 사람들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몸을 부딪힐 뻔 하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전 사고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젊음의거리 주변 오락실 거리나 클럽 앞, 횡단보도 등 특히 인파가 집중되는 공간에는 경찰이 2~5명씩 조를 이뤄 배치돼 있었다. 경찰은 수차례 “조심하세요, 차가 옵니다”라고 외치며 시민들에게 안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2년 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인근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서면 만취길’은 폭 4m 안팎의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지면 인구 밀도가 확 높아져 위험한 순간도 종종 있다”라며 “손님이 늘어나는 거야 환영이지만, 쓰레기 문제와 예전 같은 인파 사고가 우려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서면을 찾은 박아누(31) 씨는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여자친구는 웨딩드레스를, 저는 악마 코스튬을 입고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다”라면서도 “핼러윈이 축제라는 인식이 많아졌지만, 이태원 참사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야 할 것 같아 안전에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서면, 남포동, 해운대 등 인파가 몰리는 중심지에 기동대 2개 중대와 기동순찰대 10개 팀 총 195명을 배치했다. ‘핼러윈 주간’이 지속되는 오는 2일과 3일에도 기동순찰대 인력을 배치해 범죄와 사고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핼러윈 기간 동안 경찰과 유사한 제복을 입거나 판매하는 행위도 집중 단속한다. 경찰 코스프레는 사고 발생 시 실제 경찰과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사고 대응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로 일반인의 ‘경찰 코스프레’가 지목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실제 출동한 경찰을 일반인으로 오인해 통제에 따르지 않아 사고 수습이 뒤늦어진 부분이 있었다”면서 “핼러윈 시즌 안전사고, 범죄 예방과 함께 최근 극심해진 마약류 단속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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