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 통화’ 공개 이후 ‘중도 퇴진’ 몰아붙이는 야권…탄핵에는 ‘속도 차’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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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말 대규모 장외 집회서 ‘탄핵’ 등 정권 퇴진 전면 내세워
그러나 당 공식적으로는 “개인 주장” 신중론…군소야당과 입장 차
명태균 파일 추가 공개, 지지율, 이재명 1심 등이 변수 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이 윤석열 정부의 ‘중도 퇴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와의 통화 음성이 공개된 것을 일종의 ‘스모킹 건’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군소 야당들은 방법론에서 아직 ‘속도 차’를 보이고 있다. 혁신당은 이달 안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겠다며 이미 탄핵 절차에 착수한 반면, 민주당은 일단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에 주력하는 동시에 외곽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카드와 대통령 하야 촉구로 용산을 압박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아직 탄핵 여론이 무르익었는지, 현실적으로 탄핵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양측의 판단이 다른 상황에서 명 씨 관련 추가 폭로, 최악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 변화,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규탄대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위한 전면적인 공세를 펼쳤다. 당 추산 30만 명이 모인 집회에서 민주당은 ‘탄핵’과 ‘정권 퇴진’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단 왕국은 끝나고 민주 공화국이 새 출발하는 출정일”이라며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무도한 윤 정권을 내려야 한다”며 “윤 정권을 추락시키고 침몰시키기 위해 함게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2016년 촛불집회를 상기시켰다. 사실상 탄핵 여론전에 불을 댕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3일 “(전날)최고위원들의 탄핵 발언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지 지도부 방침이 전혀 아니다”라며 “대통령 탄핵은 민심과 여당이 하는 것으로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명태균 사태로 정권에 대한 실망 여론이 재임 이후 최고치에 달했지만, 실제 탄핵을 앞장서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개연성이 적지 않은 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내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 준비모임’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하면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여론 저항이 약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카드와 대통령 하야 촉구를 제시하면서 민심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이와 함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의 내용이나 형식, 독소조항 등에 (논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법안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여당 내 ‘이탈표’를 끌어내고 궁극적으로 특검법 통과 확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군소 야당들은 최근 노골적으로 탄핵 돌입을 주창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포함할 탄핵 사유를 17개로 나눠 정리 중이며, 이달 안에 조문 작업을 거쳐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명태균 녹취록’의 경우 굉장히 중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도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연말까지 탄핵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소수 정당의 경우 선명성과 존재감을 부각할 기회인 데다, 탄핵이 무산되더라도 제1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만큼 탄핵 추진에 적극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민주당의 탄핵 편승을 시간 문제로 보는 분위기다. 탄핵 ‘전 단계’로 내세우는 임기 단축 개헌이나 하야 주장은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신 명 씨 관련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육성이 추가 공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데다, 재임 중 최저치를 찍은 국정 지지율의 추가 하락 등 윤 대통령의 입지를 뒤흔들 변수들은 산재해 있다. 여기에 오는 15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민주당이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탄핵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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