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전단지 뗐다고 재물손괴 입건된 중학생…결국 `무혐의`

비인가 전단지 뗐다고 재물손괴 입건된 중학생…결국 '무혐의'

입력 : 2024-11-07 19:56:11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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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붙은 종이를 떼는 A 양의 모습. JTBC '사건반장' 보도화면 갈무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10대 여중생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로 송치돼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보완 수사 끝에 해당 여중생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A 양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검찰에 불송치 의견으로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이달 5일께 A 양에 대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 양은 지난 5월 11일 용인시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집으로 향하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양은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냈고, 자택 현관문에도 같은 종이가 붙어있자 떼 바닥에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물은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A 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었다. 또 A 양과 마찬가지로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 B 씨와 문제의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 씨도 함께 송치했다. A 양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돼 주민 2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연합뉴스

당시 A 양의 어머니는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담당 형사에게 전화해 '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냐'고 물으니 '위법성 조각사유라던지 그런 부분이 없어서 송치 결정을 했다. 혐의가 명백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형사가) A 양의 행동 자체가 형법에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며 "나이상으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다. 촉법소년이 아니지 않냐"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관리소장님은 (떼어내는 것이) 일인데 딸과 같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면서 "거울의 효용을 떨어뜨린 사람이, 불법 전단지를 붙이지 말라고 얘기하는데도 붙인 사람이 '재물손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A 양 측은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추가 고려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사건을 다시 돌려받은 경찰은 관련 판례 80여 건을 분석한 뒤 해당 게시물이 엘리베이터 내 거울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었던 점, A 양 등에게 손괴의 고의성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혐의없음'으로 의견을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및 참고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법리를 검토한 결과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연합뉴스 측에 설명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