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늘어난 광복로… ‘트리 축제’ 불빛으로 환해질까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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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3~4곳 걸러 1곳 꼴 ‘임대’
수개월부터 5년째 빈 매장도
임대료 낮춰도 임차인 못 구해
크리스마스·연말 특수 불투명

13일 부산 중구 광복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3일 부산 중구 광복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3일 오후 2시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로 내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시티 스폿(메인 광장) 앞 빌딩 건물 1~3층이 텅 빈 채 커다랗게 임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핵심 요지에만 매장을 낸다던 유명 화장품 브랜드 로드샵이 2018년까지 입점해 있던 빌딩이다. 화장품 매장이 2019년 폐업을 하고 떠난 후 현재까지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건물 소유주는 “부산 최고 입지라고 홍보를 하는데도 좀처럼 관심을 보이는 임차인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건물부터 부산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7번 출구 앞까지 약 400m 거리 일대엔 건물 3~4곳 걸러 1곳 꼴로 공실이 나 있었다. 1층이 빈 건물만 해도 10곳을 넘었다. 부산 원도심 대표 관광지이자 최대 상권으로 손꼽혔던 중구 광복로의 쇠퇴가 심상치 않다. 2~3년 전 주변부 일부 건물에 공실이 나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시티 스폿을 비롯한 핵심 상권까지 확대됐다. 건물 가격이 떨어진다며 임대료를 유지하던 건물주들도 하나둘 임대료 인하에 나서곤 있지만 임차인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산일보〉가 광복로 일대 공실 상태인 상가 다수를 확인한 결과, 공실 기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5년에 이르는 곳까지 있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K사 매장이 입점해 있던 상가 건물의 경우 전체 2층 상가가 3년째 공실로 남아 있었다. 그 사이 해당 상가는 월세를 기존보다 40% 안팎까지 내렸지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빌딩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박 모 씨는 “코로나 이후 유통 트렌드가 바뀌었고 특히 화장품, 의류, 휴대폰 가게 등 소매업이 무너지면서 공실이 확 늘어났다”라며 “통상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면 빌딩 가치까지 떨어진다고 여겨 월세를 내리지 않는데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티 스폿 인근 상가는 여전히 수억 원의 보증금과 1000만 원 이상 월세를 유지하는 등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장품 로드 숍 거리 역시 임대료를 절반 이상 낮춘 곳도 있지만, 평균 월세가 1000만 원 이상으로 식당 등 타 업종이 들어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티 스폿 인근 한 건물주는 “월세를 낮췄지만, 돈을 더 준다해도 건물 가치를 고려해 임차인, 임차 업종을 택하다 보니 1년 가까이 공실로 비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광복로가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덕분에 한때 건물 가격 상승 혜택을 누렸지만 임대료가 따라 오르며 상인들이 내몰리고 전체 상권이 침체되는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0년대 접어 들며 광복로 일대 상권은 부활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9년 시작한 크리스마스트리 축제 덕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원도심 쇠락 등 악조건이 겹치며 다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실제 광복로 트리 축제 방문객은 2017년 900만 명이었지만 2022년 238만 명, 2023년 29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광복로 상인들은 올해는 크리스마스나 연말 특수도 누리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올해 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는 오는 15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80일 동안 열린다. 광복로 내 약 1.1km 구간에 다양한 빛 조형물을 장식한다. 광복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 모 씨는 “평소보다야 매출이 당연히 낫겠지만, 트리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날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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