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향하던 크루즈선 뱃머리 돌릴라…부산항 크루즈 특수 ‘흔들’
부산항 크루즈 입항 올해 420항차서 400항차로 감소…“노선 재편 신호 가능성”
업계, 중국발 크루즈선 일부 일본 기항 재개, 부산 ‘반사이익’ 끝나나 불안감
단체관광객 국내 이동 자유로운 개별관광객 상륙허가·CIQ 확충 등 대응 촉구
부산항만공사 “아직 현실화된 거 아냐…상황 보고 법무부와 협의해 대응” 입장
부산이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대형 크루즈선 2대가 정박해 있다. 부산일보DB
올해 첫 오버나잇 크루즈(항구에서 하루 이상 정박하는 일정으로 운항하는 크루즈)인 ‘레가타(Regatta)’호가 23일 부산항 북항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해 있다. 부산시는 레가타호의 입항에 맞춰 전국 최초로 크루즈 터미널 24시간 운영을 실시한다. 정종회 기자 jjh@
올 연말까지 총 420항차 달성을 예고했던 부산항 크루즈 특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일본의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부산항에 몰렸던 중국발 크루즈선 일부가 최근 일본 기항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즈 업계는 부산항만공사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주무부처의 면밀하고 조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부산크루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선사 아도라크루즈는 올해 12월 예정됐던 ‘아도라 매직시티(Adora Magic City)호’의 부산 기항을 취소하고 기항지를 일본으로 변경 통보했다. 승객 정원 5246명 규모의 이 선박은 올해 월 5~7회 꾸준히 부산에 기항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천진동방국제크루즈의 ‘드림(Dream)호’ 역시 오는 8월 이후 예정된 올해 부산항 기항 일정을 대부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승객 정원 2270명 규모의 드림호는 일부 기항지를 일본으로 변경한 데 이어, 모항을 상하이에서 선전으로 옮기면서 올해 남은 운항 노선을 일시적으로 동남아시아 쪽으로 조정한 상태다.
업계는 이로 인해 당초 올해 420항차까지 예상됐던 부산항 크루즈 기항 규모가 400항차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운항계획에서 약 30항차가 이탈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말 부산항만공사가 ‘2030 부산항 크루즈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 상반기 부산항에 크루즈 선박 219항차, 32만여 명이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또 올 연말에는 총 420항차, 70만여 명이 부산항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부산항만공사 등 주무 부처와 기관이 크루즈 특수가 국제정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이유로 제도 및 시설 개선에 주저하는 사이, 우려했던 기항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의 기항 증가가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크루즈 노선은 한번 일본 등 경쟁국으로 옮겨가면 다시 유치하기 어렵고, 크루즈 선사들은 관광객 만족도와 입출국 편의성, 항만 처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해 운항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언제든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업계는 ‘크루즈 개별관광객 관광상륙허가 시범사업’의 재시행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발 크루즈 관광객은 사실상 단체관광 중심으로 움직여야 해 개별 쇼핑이나 자유관광에 제약이 있는데, 과거 시행했던 개별관광객 관광상륙허가 제도를 다시 시범 운영한다면 관광객 편의가 개선될 수 있다.
또 동북아 크루즈 거점항을 표방하는 부산항이 대형 크루즈선과 수천 명의 승객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용 터미널 및 출입국·세관·검역(CIQ) 시설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420항차라는 숫자만 보고 크루즈 시장이 살아났다고 안도하는 사이, 이미 약 30항차가 운항계획에서 빠져나갔다”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선박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BPA 관계자는 “아직은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법무부와 협의해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