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특파원 「도이모이」현장을 가다 베트남 지금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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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市 下 自尊心강해 외국인 푸대접 일쑤



베트남에는 모두 1천 5백여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사주재원이거나 투자업체 임직원들이며 대부분 호치민시에 살고 있다. 기업관련 한국인 외에는 개인사업을 위해 비합법적으로 활동하거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는 선교를 하기 위해 몰래 활동하고 있다.

『다낭까지만 한국인의 활동이 가능합니다. 후에 이북 지역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푸대접이 상대적으로 심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1년넘게 상주하면서 베트남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洪惠元씨(39)의 체험 이다.

그러나 洪씨의 이 말은 북쪽지역인 하노이시를 방문한 외국인이면 누구나 겪는 것으로 한국인에 대한 푸대접 이라기보다 베트남의 민족성에서 나온 「자존심의 발로」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 베트남의 역사적 맥락을 간과한 채 소위 「정서론」척 입장에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베트남 전쟁 당시의 창전경험이 거의 전부다.

그래서 현지 한국인들은 우리식으로 베트남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왜곡된 인식이 베트남 진출 한국 인의 모습이다. 그러니 많은 교민들이 좌절을 체험할 수 밖에 없다. 「금세기 美國과의 전쟁에서 이긴 유일한 나라」라는 강한 자존심을 가진 나라. 요란한 호치민시의 모습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수도 하노이시의 냉철함. 이것이 바로 민족적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을 지탱하고 있다. 새 베트남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채 왜곡된 선입견을 갖고 투자하려는 한국인들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현지교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베트남에 있는 10여 개의 한국인 식당은 모두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트랑에 1개, 하노이에 1개, 나머지는 호치민시에 몰려 있다. 하노이의 고려식당은 지난해 현지인에게 「빼앗겼다」며 교포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빼앗겼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베트남 측은 불법 운영되고 있는 식당을 법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와 입장의 차이가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외국인이 기업을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식당 소유주는 베트남 현지인으로 하고 투자와 실질적 운영은 한국인이 하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현지인에게 빼앗기는 사례가 빈번하다.모든 외국인 투자는 국가협력투자위원회(SCCI)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제공증도 SCCI의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허가증 계약도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하노이시의 고려식당처럼 베트남의 모든 한국인 식당들은 모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형태로 운명되고 있다. 소위 「라이 따이한」들에 대한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4개의 학교 가운데 휴맨 직업학교를 제외하곤 소유주가 모두 현지인으로 돼있으며 휴맨 직업학교만이 현지 공산당원과의 합작형태로 인가가 난 상태다. 휴맨 직업학교 공동경영자로 돼있는 베트남 공산당원 뉴엔 반 화씨(41)는 『호치민시에 있는 한국인 2세를 위한 학교들에 대한 비밀경찰의 분석은 부정적입니다. 그들은 자선사업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려고 있습니다. 우려는 자선 사업에 대해서는 보호를 하지만 비즈니스활동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자체공안조직이 모든 외국인 활동을 분석하고 있다는 그는 『베트남사회에 도움이 되면 묵인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이 나오면 제재가 가해 진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베트남을 읽지 못한 채 호치민시의 자유분방함만을 보고 투자의 매력을 느낀 많은 한국인들이 그 자유스러움 속에 도사린 베트남의 「민족이익 우선」정책을 간과하고 덤벼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 이라는 게 현지 한국인들의 체험담이었다.

『한국인끼리는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귀 동냥으로 얻은 정보를 숨기기 위해 서로 외면하는 것이지요. 베트남 현지인보다 오히려 한국인을 조심 하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불문율입니다.』

현지에 무작정 도착, 한국인에게 속아 재산을 날려 버렸다는 崔모씨(56)는 또 『베트남사회에선 한국인끼리 이익을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상주하고 있는 교민들은 「도이모이」정책에도 불구하고 강한 민족성을 우선하는 사회주의 베트남의 정책과 한국인끼리 벌이는 「내부다툼」의 이중고통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 는 것이다.

호치민시에 들어온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당혹감은 시큘러(인력자전거)운전사의 끈질김이다. 이들은 아예 걸어서 호치민시를 구경하기란 불가능할 정도로 악착같은 면을 보이며 관광객이 시큘러를 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거부할 경우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따라붙는 이들의 끈질긴 면에서 베트남인들의 끈기를 읽을 수 있다. 절대 화도 내지 않는다. 오로지 시큘러 이용을 권하면서 웃으면서 몇시간이고 따라 붙는다.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큘러 운전사의 끈질김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들은 베트남인 특유의 근성을 대표하고 있다. 현지 한국인들이 이러한 베트남인들의 「인내심」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게 호치민시를 찾은 외국인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었다..

『물질적인 면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뛰어난 재주와 영리함을 갖고 있으며 인정도 많지요. 그러나 이 같은 재주도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만 발휘하고 자신들에 대한 불이익은 단호하고 교묘하게 거부하는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KOTRA 호치민무역관 曺泳福관장(47)의 말은 호치민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과 투자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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