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남영동 대공분실 '숨진곳 추모행사' 계획, 박종철위령제 무산
경찰 불허 인권단체 반발
지난 87년 경찰의 고문을 받다가 숨진 박종철(사진)씨 14주기인 14일을 앞두고 유족들이 박씨가 숨진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하겠다고 신청했으나 경찰청이 불허방침을 통보,유족과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7일 박종철 기념사업회(회장 김승훈)에 따르면 박씨 유족은 지난해 12월 26일 '종철이가 떠난 현장에서 조촐한 위령제를 지내고 싶다'며 사건 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 전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분실) 방문신청서를 이무영 경찰청장 앞으로 냈으나 지난 5일 경찰청으로부터 '불허한다'는 공식답변을 통보받았다.
경찰청은 '유족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해당 장소는 지금도 대공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보안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에 공개하기 힘들다'면서 불허방침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씨 유족과 인권단체들은 '단순히 절대보안이라는 일률적 잣대로 민주화를 앞당긴 역사의 현장에 부모의 방문조차 불허한 조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 방침과도 어긋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특히 경찰청이 지난해 남영동 보안분실 내부를 개조하면서 박씨가 고문을 당했던 509호실만은 경찰의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과 교훈차원에서 그대로 보존키로 했고,인권수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면서도 이곳 방문을 불허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처사라는 것.
아버지 박정기(72)씨는 '비록 불허됐지만 올 기일에는 혼자서라도 남영동 분실 앞에서 아들의 넋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