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록문화 우수성 인정 한의학 세계적 보편성 입증
허준의 '동의보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미
사진 동의보감을 지은 의성 허준의 초상화 사진제공=문화재청
'동양의학의 보고(寶庫)'이자 '의학백과사전'인 허준의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한국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다시금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중의학의 아류라는 오해를 떨쳐 내고 우리 의학의 정통성과 독자성을 알리는 한의학의 세계화 계획도 '날개'를 달게 됐다.
동북아 최고 의학백과사전·스테디셀러
엑스포 등 한의학 세계화 추진 '박차'
△동의보감은=조선시대 선조와 광해군의 주치의였던 허준(1539~1615)이 1610년(광해군 2년) 집필했고 1613년 왕실의료기관인 내의원이 목판으로 간행한 백과사전식 의서를 말한다.
당시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황폐화하고 환자가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처방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약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를 편찬하도록 했다.
내경(內景), 외형(外形) 등 총 5편 25책으로 구성된 동의보감은 동아시아 의학지식과 기술을 집대성했다.
이에 따라 동의보감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널리 유통된 의학의 '스테디셀러'로 우뚝섰으며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이런 동의보감의 세계적 보편성을 증명한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란=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벌여온 사업으로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상은 필사본, 도서, 신문, 포스터 등 기록이 담긴 자료나 그림, 프린트, 지도, 음악, 영상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전자 데이터를 망라한다.
등재 결정은 2년마다 열리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가 맡는데 이 위원회는 사서, 법률전문가, 교육학자, 저술가, 문서관리 전문가 등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보존관리에 필요한 보조금과 기술적지원을 받게 되며 기록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7월 기준으로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67개국, 158건이며 '슈베르트 악보 모음집', 미국 영화 '오즈의 마법사', '카리브해 노예 기록물' 등이 대표적 등재물로 올라있다.
△한의학, 세계가 인정=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국 전통 의학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까지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그동안 왕실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던 것과 달리, 의학 관련 서적이 처음으로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부와 한의학계는 동의보감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한의학의 세계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복지부와 동의보감기념사업추진단은 이번 등재를 기념하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의보감의 소장처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9월 한 달 동안 '동의보감 특별기획전시회'를 열고 같은 달 3일에는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또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국제행사인 '국제 한의약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