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에게 배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 권민성 숍매니저
"길 가는 사람 속옷 사이즈 맞힐 정도는 되죠"
16년 동안 속옷을 입혔다. 남자든 여자든 척 보면 견적이 나온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 권민성(34) 숍매니저가 오늘의 '달인'이다. "지나가는 사람 사이즈 맞춰야 하냐" 묻기에 인터뷰만 하면 된댔더니 "차라리 맞히는 게 쉽겠다" 할 정도다. 중년 남자 고객의 양복 속 속옷 사이즈를 한눈에 맞히는 눈대중은 열 아홉살에 신영와코루 란제리 판매직원으로 시작해 쌓은 내공이다.
"사이즈는 대부분 오차없이 짐작하지만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예의죠." 특히 요즘엔 수술을 하거나 브래지어에 패드를 넣은 여자들도 많다.
판매직부터 16년째 속옷 다뤄
1년 만에 매출 2배 '미다스의 손'
가슴 사이즈 잘 아는 사람 드물어
브래지어 직접 입어보고 골라야
가슴은 사이즈를 말하더라도 정확한 측정(피팅)을 권한다. 점원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야 하고 시간도 꽤 걸리지만 꼭 필요해서다. "목욕탕에서 보면 대부분 브래지어 둘레는 올라가있고 컵은 눌려있어요. 둘레는 딱 맞게 컵은 약간 여유있게 입는 게 맞는데, 자기 사이즈를 제대로 알고 계시는 분이 드문 거죠." 생리주기에 따라 가슴 크기가 변하기 때문에 컵은 가슴골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가 좋다.
그가 털어놓는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 신영와코루에 근무하던 시절 경남 사천시 가두 매장의 '몸짱' 행사에 지원을 나갔다. 어느 40대 여성 고객의 가슴 사이즈를 측정한 뒤 몸에 딱 맞는 속옷을 추천해줬다. '80E'사이즈였던 그 고객은 "사십 평생 내 몸에 딱 맞는 속옷을 입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흡족해 했고, 그 자리에서 100만 원어치 가까운 속옷을 사갔단다. 사이즈가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달인'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많다. 고교 졸업 직후 신영와코루 란제리 판매직 사원으로 출발해 불과 스물 두 살에 숍매니저가 됐다. 쥬디스태화, 부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을 거쳤고, 지난 2008년 11월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로 이직해 롯데백화점에 왔다. 1년여 만에 월 2천만~3천만원대 매출을 5천400만원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 10월 지하 1층 영스퀘어로 매장을 옮긴 뒤에는 7천600만원까지 솟았다. 세트당 3만~5만원으로 정통 란제리나 수입 이너웨어에 비해 단가가 낮은 걸 고려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비결은 진심으로 일을 즐기는 마음이다. 정통 란제리에서 캐주얼한 이너웨어로 이직했을 때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개성 뚜렷한 젊은 고객들을 만나고 유행에 따라가려 호피무늬 레깅스를 챙겨입는 게 너무 재미있단다.
"'다른 데는 못 가겠다'면서 늘 여기까지 오시는 울산 손님이 계세요. 심지어 울산 매장이 생겼는데도요. 고객들이 속옷을 제대로 입어 옷맵시가 살아날 때, 피팅에 만족하고 다시 찾아주실 때가 제일 기분좋죠."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사이즈 재는 법 아세요?
브래지어 사이즈를 잴 땐 밑가슴과 윗가슴의 둘레를 알아야 한다. 75, 80 등 앞에 붙는 숫자가 밑가슴 둘레고, 밑가슴과 윗가슴 둘레의 차이가 컵 크기다. 10㎝ 이내면 A, 12.5㎝ 이내면 B, 15㎝ 이내면 C 순. '밑둘레는 딱 맞게 컵은 여유있게'를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