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꽃마을 변신, 설치미술작가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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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 네이처' 부산-후쿠오카 교류전

볼록렌즈에 투영된 풍경을 담은 일본작가 교코 미와의 작품이 '아트 인 네이처' 1층 작업실에 걸려 있다. 사진제공=아트 인 네이처

늘 그랬듯이 시작은 미미했다. 1999년 설치미술작가 성백이 부산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에 작업실을 얻으면서 시작됐다. 대학 시절 자취를 했던 곳인데다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작업실로는 제격이었다. 구포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 속의 마을이었다. 2004년 친한 작가들과 함께 야외미술제 한 번 열자고 의기투합 했다. 그게 시작이 돼 꽃마을자연예술제를 6년째, 국제행위예술제를 3년째 열었다. 성백의 작업실은 자연스레 작업과 리허설을 위한 공간이 됐고,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한 달 이상 국내외 작가들이 머무는 장소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행사 때는 너도 나도 작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했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울긋불긋한게 무당집 같다는 이야기도 했더랬죠. 등산객들이 오고가면서 괜찮다는 말들이 나돌았고, 벽에 그림 그리지 말라던 분들도 제발 집안에도 벽화 좀 그려달라고 사정하기도 했어요." 성백의 말이다.

그렇게 소통하던 공간이 올해는 부산문화재단의 레지던시 사업에도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마을버스 종점에서 '아트 인 네이처'라는 이름을 단 성백의 작업실에 이르는 700m 남짓한 골목길에 10여 점의 벽화와 조형물을 세웠다. 석축 위에 태양열로 작동하면서 밤이 되면 9가지 색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연꽃 형상의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고, 꼬마랑 같이 담벽에 아기 기차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담벼락에 헤엄치는 물고기를 형상화한 작품도 만날 수 있는데, 나무로 만든 가림판 아래 흐르는 하수구의 물소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삶과 소통하는 골목길 이야기'라는 제목의 공공프로젝트였다.

'아트 인 네이처'에서는 12월 5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의 대안공간인 테트라와 함께 '부산-후쿠오카 교류전'도 열고 있다.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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