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만 부추기는 김형오의 '민심 등진 소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뜬금없는 '신공항 원점 재검토' 발언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궤변을 듣자니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는다. 그가 내세우는 재검토 논리는 '신공항이 지역발전과 국제화가 아닌 분열과 갈등의 핵심요소가 됐기 때문'이란다. 가덕도·밀양 모두 경제성 등에서 부적합하다며 김해공항 확장방안을 언급한 점으로 미뤄 '원점 재검토'라고 했지만 '백지화'를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소신이고 매를 맞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집을 담당한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아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집에 넣은 장본인이 바로 김 전 의장이다. 실현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당장 표를 의식해 헛공약을 했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 김 전 의장이 지역민들의 눈물겨운 신공항 유치 노력을 폄하하고 우롱하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김 전 의장은 대답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이 과연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라고 여기는가. 분열과 갈등이 문제라면 대통령 공약집을 만든 당사자로서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지역민들이 신공항 유치를 위해 맹렬히 뛸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이제 와서 소신을 들먹거리는 이유가 뭔가.
김 전 의장은 내년 영도에서 국회의장 출신으로서 관례를 깨고 6선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전국구 공천이나 대사, 대통령 직속 기관장 자리를 노린다는 말도 들린다. 당권 도전설과 청와대 교감설도 나온다. 이런 것이 오해와 억측이라면 불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부터 하라. 어떤 보은 인사나 당권 도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 그것만이 명예와 순수성을 보장할 수 있다. 신공항은 결코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