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친이계 입장 대변 노림수 있나
김형오 신공항 전면 재검토 발언 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동남권 신공항 전면 재검토 발언의 파장이 거세다. 시민단체는 "낙선운동까지 펼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민심과는 동떨어진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신공항 재검토" 왜 나왔나=9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회의장까지 지낸 당의 중진으로서 조정자역을 자처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조기 전당대회시 당권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 전 의장은 발언의 배경에 대해 "영남권 전체의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갈등을 봉합하자는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제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다"며 '소신발언'임을 강조했다. 신공항과 관련, 그는 지난 1월 부산시와의 간담회에서 밝혔듯 김해공항 확장을 지지하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겨냥, 조정 역할 '총대' 분석도
최근 신공항 지역의원 간담회 3번 불참
"원칙적 입장 강조한 것" 해명 …시민단체 반발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최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정두언 최고위원,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신공항 전면 재검토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사전교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계' 장제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어르신다운 (김 전 의장의) 소신에 지지를 보낸다. 얻은 이익보다 국론분열의 손실이 더 큰 만큼 차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이는 박대해, 현기환 의원 등 대다수 부산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불가피론'을 펼치며 배수진을 치고 있어 부산 의원들의 전체적인 의견과도 반대되는 돌출 발언이다.
이날 김 전 의장의 발언을 보는 다른 시각은 "당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이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조기전당대회시 수도권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 당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집 작성을 담당한 일류국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발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권역별 정책공약집인 '일류국가 희망공동체'의 부산·울산·경남편에 '통합을 위한 약속 넷-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날 발언에 대해 의원실 측은 "공항에 대한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다. 신공항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오락가락하는 '소신'=김 전 의장은 그동안 신공항과 관련해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부산시 주최 시정설명회에선 신공항 가덕도 유치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 "정치권은 참여 말아야 한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부산출신 국회의원 맞냐"고 의아해했다.
제주명예도민인 김 전 의장은 그러나 지난 2009년 12월 국회의장 시절 제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선 "제주 신공항 문제 등 지역 현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현안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치적 발언을 한 셈이다.
또 최근 신공항 관련 지역의원 긴급간담회에도 세차례나 불참했다. 의원실 측은 김 전 의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해양수산부 폐지에도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당시 그는 "해양수산부가 일을 잘 했으면 왜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겠냐, 일 못했으니까 통폐합 주장이 나오는 거다"고 말해 해양수산 관계자들과 지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명박 정권에서 해수부 폐지에 앞장섰지만 지난 1999년에는 국회 5분발언을 통해 "해수부 폐지는 바다행정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 해수부 폐지반대론을 펴기도 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그의 행보를 놓고 "소신보다는 지나치게 시류에 따른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 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