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우리 브랜드] 비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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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화 틈새시장 공략 출발, 워킹화로 재도약

최근 신발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는 부산. 신발산업의 메카인 부산에서 신발로 살아남는 방법.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면 '마니아 신발(특정 계층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신발)' 브랜드로 내공을 키워 온 비트로의 성장사를 살펴보는 게 좋을 듯싶다.

부산 녹산공단 신발진흥센터 맞은편에 자리한 비트로의 생산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비트로라는 브랜드 로고가 선명한 모델숍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비트로 브랜드의 신발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유명 브랜드의 등산화를 생산하는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만 눈에 들어왔다.


시장 점유 30%… 올 매출 150억 예상

"연내 자체 로드숍 100개로 확대 추진"


비트로를 생산하는 ㈜학산의 김영창 부사장은 "비트로가 아직도 ㈜학산 전체 생산 물량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 나머지는? ㈜학산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유명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 온 경력이 긴 만큼 아직은 유명브랜드 제품이 공장 생산라인을 더 채우고 있다.

1985년 이원목 사장이 당시로서는 부산의 5대 신발메이커였던 ㈜삼화를 나와 설립한 ㈜학산은 미국의 포켓 달린 기능성 운동화 브랜드 '캥거루스'의 한국지사 역할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캥거루스가 영국회사에 매각되면서 대리점으로 변신한 ㈜학산은 라코스테, 켈메 등 다양한 스포츠화의 OEM을 맡았다. 자체 생산공장도 없이 6년 동안 국내 신발공장들을 관리하며 OEM을 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신발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OEM의 한계를 느끼고 자체 브랜드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 사장은 '빛으로 향한다'는 뜻의 비트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중소 신발공장을 인수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신발은 테니스화. 유명 브랜드와 겹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었지만 문제는 부실한 유통망이었다.

만들어 놓고도 팔기가 어려워지자 이 사장과 직원들의 테니스장 순례가 시작됐다. 직접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테니스용품 매장에 신발을 깔았다. 개별 스포츠숍에 신발을 팔기 시작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단 한 켤레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물량을 보내 주겠다며 설득하자 마지 못해 신발을 놓아 두었던 스포츠숍 주인들이 조금 지나자 물량을 추가로 요청해 왔습니다."

뛰어난 품질이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에 물이 올랐다. 이 사장은 1년 뒤 옷과 양말, 모자 등을 OEM방식의 하청을 통해 함께 판매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배드민턴화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 즈음 비트로의 테니스화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어섰다. 현재 ㈜학산은 비트로 브랜드로 테니스화, 배드민턴화를 비롯해 탁구화, 마라톤화, 경등산화 등 5종류의 마니아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비트로 상표로 나가는 제품의 예상 매출액은 150억 원가량. 이 정도도 놀라운 성장이지만 ㈜학산의 전체 예상 매출액 460억 원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최근 ㈜학산은 마니아 신발 브랜드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마니아 신발은 고객의 충성도는 높으나 소비층이 얕아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마니아 신발 브랜드 탈피의 첫발은 최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워킹화다. 김 부사장은 "워킹화 생산을 시작으로 올해 안으로 자체 브랜드 로드숍을 100개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신발 브랜드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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