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해양직업 / 어류육종 전문가
노르웨이 연어 수출 6조 쓸어 담는 비밀 병기
육종, 알고보니 황금알 산업
노르웨이가 전 세계 140개국에 양식 연어 수출로 쓸어 담는 돈은 연 6조 원에 이른다. 수출규모로는 석유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연어 양식산업이 노르웨이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 모르는 일이었는데 노르웨이는 석유수출 세계 5위, 가스수출 세계 3위의 산유국이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산업의 경쟁력이 세계최고를 자랑하게 된 데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육종’이라는 비밀병기 덕분이다. 노르웨이에서 연어의 육종을 시작하기 전엔 새끼 연어에서 출하까지 5년 걸렸으나 육종을 연어 양식에 도입하면서 15년 만에 2년 반으로 단축이 가능하게 되었다. 10세대가 지나는 동안 자연산 연어보다 300%나 빠른 성장효과를 얻으면서 덩달아 생산단가도 대폭 낮아졌다. 1987년에는 킬로그램 당 7,800원이 투입되었으나 2002년에 이르러서는 킬로그램 당 2,900원으로, 15년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 부가가치는 저절로 올라가게 되었다. 현재 다국적기업 형태로 육종된 노르웨이산 연어가 전 세계 연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연어양식은 황금알 산업이다.
육종이 머꼬?
수산 양식에서 가장 관건은 키우는 환경인 밀도나 사료 등의 문제도 크지만 어떤 종자를 선택하고 생산해내느냐가 핵심이다. 지난 30년 동안 국내의 양식장에서 떠오른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근친교배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질병이 자주 발생하는 종자의 문제였다. 따라서 양식에 적합한 품종, 빨리 자라고 사료는 적게 먹고 질병에 강한 등의 조건을 갖춘 고효율의 어류 품종을 개발하는 작업이 시급하게 된 것. 정부와 산업계 학계 주도하에 대한민국 주력 양식 품종인 넙치 등에 대한 신품종 개발에 힘쓴 결과 차츰 성과를 얻고 있다.
‘어류육종’이란 쉽게 말해서 농작물이나 축산에서와 같이 물고기를 품종 개량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유용하고 환경 친화적이고 양식이 지속가능한 물고기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물고기를 선발하는 것이다. 물론 선발과정은 미스코리아 뽑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 한 마리 개체의 DNA를 분석하고 유전자마커를 사용하는 과학이다. 각 어미의 유전자를 한 마리 한 마리 분석하여 가장 이상적인 암수를 골라서 이들을 통해 후손을 생산하고 계보가 체계적으로 연속 관리하는데, 이때 유전적 다양성을 최대한 유지하게 함으로써 근친교배를 방지한다. 동시에 상업적으로 중요한 형질인 속 성장, 회수율(fillet yield), 온도에 대한 내성, 어병이나 맛 등에 대한 우수형질을 가진 어미를 선발하는데 주력한다.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 육종은 양식산업에서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신기술이다.
네덜란드가 꽃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도 육종에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꽃 재배 농가들이 네덜란드에서 씨앗이나 구근을 매년 수입하여 재배하는 것도 육종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로열티는 어마어마하다. 로열티 가격은 장미 한 그루 당 최고 1500원, 화환에 주로 쓰이는 거베라는 600원, 안개꽃은 300원, 난은 약 700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한 해 꽃 로열티만 85억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쌀 자급자족을 이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품종개량(육종)에 있다는 시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양식산업에도 향후 로열티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종묘생산은 일본의 약 90% 수준이며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기술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생명공학에 이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연어양식의 강국 노르웨이는 이미 산업화가 되었고, 미국이나 유럽 등은 산업화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개발 단계라고 알져진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기초단계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말은 개착할 분야가 널려져 있다는 말. 미리 종자를 개발하고 미리미리 등록을 하는 길만이 미래 양식 산업의 문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육종 전문가가 되는 길
양식이 아무리 자동화되어도 품종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안되듯이 새로운 어류 품종에도 이를 개발하는 개발자가 있어야 한다. 미래의 수산양식의 견인차 어류 육종전문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문교육을 받는 길과 양식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방식인데 양식장에서 일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학문적 뒷받침 없이는 한계가 많기에 그렇다.
황금넙치 |
예전엔 양식학과로 알려졌는데 해양생명과학과를 찾아가는 길이 지름길이다. 부경대학교와 제주대학교, 경상대학교, 군산대학교, 조선대학교, 한국농수산대학 등에서 이들 학과를 운영 중이다. 양식학의 주요 분야는 대개 △물고기의 증식 및 개량을 다루는 육종분야 △ 치어생산을 하는 종묘와 일정크기로 키우는 양성 △물고기 생산물의 증대를 위한 영양·사료분야 △환경분야 △수산물 제조와 가공과 관련된 가공 분야 등으로 구분된다. 해양생명과학전공에 들어가면 양식환경학, 양어사료학, 양식생물학, 무척추동물양식학, 어류유전육종학, 발생학, 번식생물학, 먹이생물학, 해산어류생태학, 세포분자면역학, 면역생물학 등에 관한 다양한 분야를 배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로 양식장에서 써먹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 육종을 하려면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교의 실험실, 수산과학원 규모를 가진 양식장 등으로 진로를 잡으면 된다. 거기서 넙치, 우럭, 돔 등 양식 어류의 알을 채취하고 지느러미를 절취하면서 밤을 밝히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 비로소 황금알을 낳는 육종의 전문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SEA&강승철기자ds5b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