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교수 배낭에 문화를 담다] <10> 미얀마 ④버강, 강이 굽이쳐서 파고다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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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통일 왕조 수도…한때 파고다 400만 개 번성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조인 버강 왕조의 수도 버강에는 한때 400만 개에 달하는 파고다가 세워졌다. 지금은 4천 개로 줄어들었지만, 여행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파고다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올드 버강의 이름 없는 파고다들.

만들레이에서 버강으로 갈 때 배낭여행자들은 대체로 슬로보트를 탄다. 외국인 전용인 익스프레스보트와 달리 슬로보트는 1층에 미얀마 사람들, 2층에는 외국인들이 탄다.

여행자들은 슬로보트에서 미얀마 민중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천 조각 몇 개만 남은 찢어진 러닝 셔츠를 입고 짐 나르는 인부들, 웃통을 벗은 채 통치마 같은 롱지에를 입고 생필품을 비닐로 얼금얼금 묶은 짐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꽁초를 연방 피워대는 노인들,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현지식물을 갈아만든 가루분의 일종인 다나까를 바른 채 등에 업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들, 튀긴 민물생선을 머리에 인 채 한 손에는 사탕과자 탕예를, 또 한 손에는 팔러 다니는 차 러펫예를 든 아가씨들…. 계획된 시간 스케줄에 따라 매 순간 속도를 높이는 익스프레스보트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슬로보트는 계획된 시간 스케줄에 고정되지 않고 여행자들에게 그 시간이 머무는 공간에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독일 소설가 스텐 나돌니는 '느림의 발견'에서 빠름을 '확정된 계획을 따르는 고정된 시선', 느림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세부를 향한 시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행자들은, 밀란 쿤데라가 말한 것처럼 '엑스터시 상태에 빠져서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하여 몸을 구부리고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사'가 아니다.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행복한 자'다.

버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로서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조 버강 왕조의 수도였다. 왕조 번성기에는 파고다가 400만 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약 4천 개로 줄었다. 낭우, 올드 버강, 신버강으로 되어 있는 버강에서 여행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도 모르게 파고다 곁에 있음을 본다.

낭우 지역에서는 낭우 마켓을 이정표로 해 여행자들은 쉐지공 파고다를 중심으로 우마차를 타고 파고다들을 둘러 본다. 낭우 지역에는 미얀마 모든 파고다의 모델이 된 쉐지공 파고다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크고 작은 파고다들이 널려 있다.

낭우에서 올드 버강으로 가는 길목에는 '새 세계의 축복'이라는 뜻을 지닌 틸로민로 파고다와 성스러운 여성미가 가장 잘 보존된 아난다 파고다가 있다.

올드 버강 지역에서는 옛 버강의 성벽 떠랍하 게이트 주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세의 부처'라는 이름을 가진 왕이 자신이 묻힐 곳으로 선택했지만 죽임을 당한 쉐구지 사원이 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도시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파고다를 모델로 한 마하보디 파고다와 버강 왕조 이전에 지어진 가장 오랜된 박 모양의 부 파고다도 볼 수 있다. 이어 버강 최대의 땃빈뉴 사원과 거의 유사한 고도뻘린 파고다, 버강 건축학 박물관을 둘러 본다. 여행자들은 현존하는 파고다 중 벽화가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구뱌육지 파고다와 버강 지역 최대 규모인 담마양지 파고다, 미얀마를 최초 통일한 버강 왕조에서 처음으로 지은 쉐산도 파고다, 축복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버강 왕조의 몰락을 지켜 본 최후의 파고다 밍글라제디 등도 구경한다.

여행자들은 또 낭우와 올드 버강에서 '낫 신앙'을 접한다. 버강 왕조 이전 도시국가 버강에 지어진 성벽으로서 올드 버강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떠랍하 게이트의 주 출입구 양쪽에 있는 응아 띤데 남매의 낫, 버강 왕조의 개국과 동시에 건립된 쉐산도 파고다를 받치고 있는 하부의 각 방향으로 조각된 힌두교의 신들, 역시 개국에서부터 시작되어 제3대 왕 때 건립되어 미얀마 모든 파고다의 모델이 된 쉐지공 파고다 외벽 안쪽에 모셔져 있는 '내부 37 낫', 지금은 외벽이 소실되어 확인할 수 없지만 외벽 바깥쪽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외부 37 낫'을 보면서 여행자들은 불교와 힌두교, 그리고 낫 신앙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버강 왕조는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하면서 개국하여 스리랑카에서 테라바다 불교를 도입하고 무속 신앙을 '37 낫'으로 정립한다. 이어서 건국 50년이 지날 무렵 국가 안정과 왕권 확립을 위하여 불교를 정점으로 하는 종교적 통일과 체계를 만든다. 그 결과가 '37 낫'이라는 신앙체계다.

'낫'은 부처 앞에 갈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당한 인간이 신이 된 경우를 말한다. 인간에서 신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곧 신화를 가진 낫은 전국적으로 지역적으로 많이 있다. 그 37 낫으로 불교의 범천을 정점으로 하여 32개의 지역 낫과 힌두교에서 온 4신을 정한다. 낫은 모든 집에서 모시는 가신으로, 마을 입구 신당에 모셔진 마을 수호신,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이 모시는 낫을 세습하여 모시는 낫 등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낫들은 현재 신으로 좌정하고 있지만 그 출발은 인간이다. 물론 왕족이나 그 신하들이 대부분이지만, 보통 인간들, 예컨대 승려, 대장장이, 상인, 자살한 사람, 호랑이나 뱀에게 물려 죽은 사람, 그네에서 떨어져서 죽은 사람, 전염병이나 문둥병, 아편중독, 과음 등으로 죽은 사람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사람, 자식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사람 등도 낫으로 좌정하기도 한다.

인간에서 신으로 가는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더구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해도, 남성이나 여성, 권력을 가진 자나 가지지 않은 자,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사람들은 스스로 깨쳐서 가야 한다. 현대 미얀마의 고승 사야도 우 조티카 스님도 '길은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그 길을 걷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라고 했듯이, 깨침은 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다. 그 깨침의 길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로놓여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버강에서 파고다를 둘러 보면, 그 길이 보일까? 에야워디 강이 굽이치는 버강에서 파고다의 숲 속을 걷다가 여행자들은, '당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당신은 인생이라는 비공식적인 학교에 등록한 학생이기 때문'에 '인생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는 사야도 우 조티카 스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민병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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