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달인' 김경주 씨 집 들여다보기] "집 안 곳곳 물건 양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것만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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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 서랍은 구역을 나눠 화장품 샘플, 머리핀 등을 보관한다.

계절이 바뀔 때에는 정리정돈해야 할 살림이 늘어난다. 저걸 정리해야 하는데, 하면서 미루다 보면 어느새 철이 지나가고, 짐이 쌓인다.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다가 시간을 허비할 때면 짜증도 난다. 정리정돈 고수의 집은 어떨까?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정리의 달인' 김경주(42) 씨가 산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 내용이 '평소 그의 집을 자주 방문하는데, 집이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다'는 것이다. 급기야 동네 아주머니들이 돌아가면서 그 집을 방문해 정리 요령을 배울 정도란다. 기자가 도착하니 제보대로였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의 집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 정리의 대원칙 '물건을 사지 마라'

정리하려고 수납바구니를 샀더니, 바구니를 수납할 바구니를 사야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김 씨는 정리를 잘하려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라고 충고했다.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싸다고 '1+1' 상품을 사는 습관을 들이면 수납할 공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옷 둥글게 말아 넣거나 세 번 접어 정리
옷장 안 아래 공간에 책·장난감 등 보관
고지서, 서류 파일에 … 약통 2개로 구분


정리를 잘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잘 파악하게 되어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필요한 것만 사니 정리가 잘되고, 정리를 잘하니 필요한 것만 사게 되는 '정리의 선순환'인 것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해 '1+1'을 피해야 하는 물건으로 김 씨는 샴푸, 휴지 등을 꼽았다. 김 씨의 집에서 정리의 선순환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냉장고.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들 때문에 인스턴트를 먹일 수 없어, 매일 장을 봐서 요리를 한다. 음식 재료를 쌓아두지 않으니 냉장고는 여유 공간이 많았고,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 포인트별 정리 방법

· 옷장

옷장 정리는 옷을 개는 것부터 시작한다. 티셔츠나 바지, 니트류 등 대부분의 옷을 둥글게 말아서 넣는다. 말아서 넣으면 옷을 꺼낸 후에도 다른 옷이 잘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말아 놓은 옷 위에 다른 옷을 얹지 않는 것이 포인트.

공간이 부족해 둥글게 말아서 넣지 못할 경우는 세 번 접어서 갠다. 이렇게 정리한 옷은 꺼낼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원하는 옷을 한 손으로 쓰윽 빼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 손으로 옷을 살짝 받치면서 꺼내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이 방법을 몰라 잘 개어 놓고도 옷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자주 입는 옷은 주로 둥글게 말아서 넣는다. 옷장 안에 넣을 때는 흰색과 유색을 구분해서 넣으면 찾기 편하다. 구획을 나눠 바지, 티셔츠 등을 나눠서 보관한다.

보통 한 번 입은 옷은 옷걸이에 걸어 두는 집이 많다. 하지만 옷걸이는 방을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용품이다. 김 씨는 옷걸이 대신 베란다의 빨래봉을 이용한다. 한 번 입은 옷은 베란다에 걸어 두고 통풍을 시킨다.

· 아이방 및 서재

아이방이 지저분해지게 만드는 주범은 책상 위의 잡동사니. 문제집이나 각종 책이 아무렇게나 놓인 여느 집 아이방 책상과 달리 김 씨 집의 아이방은 말끔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책이 보이지 않았다.

비밀은 바로 옷장에 있었다. 보통 아이들 옷장에 옷을 걸면, 옷 길이가 짧아 아랫부분에는 공간 남는다. 이곳을 책장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옷장 안에 책을 넣고 문을 닫으면 책이 보이지 않아 방이 한결 깔끔하게 보인다. 책뿐 아니라 장난감도 옷장 안에 상자를 두고 넣어 둔다.

아이방 책상 위에 작은 수납함을 만들어 정리를 돕는다.
아이들이 자주 쓰는 연필 등 학용품은 책상 위에 작은 수납칸을 둬서. 사용 후 바로 꽂아 두도록 했다.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김 씨는 아이의 특성에 맞게 책을 꽂아 둘 곳을 정한다. 책상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이 보는 책은 아이가 섰을 때 꺼내기 좋은 위치에 꽂아 둔다. 반면 바닥에 앉아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 주로 보는 책은 맨 아래쪽에 꽂아 뒀다.

· 화장실·욕실·화장대

화장대 위에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다. 여기에 자신이 평소 매일 쓰는 화장품을 다 담아 둔다. 화장대 위에 물건을 늘어 놓으면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화장대 서랍 안에는 립스틱, 머리핀, 샘플 화장품 등을 구획을 나눠 보관한다.
화장대 서랍은 구역을 나눠 화장품 샘플, 머리핀 등을 보관한다.
샴푸, 샤워용품 등으로 지저분해지기 쉬운 욕실도 바구니로 말끔하게 정리한다. 모든 용품을 한 바구니에 담고, 사용 후에는 선반 위에 올린다.

보통 칫솔걸이나 컵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곳도 김 씨 집은 깨끗하다. 살균을 위해 칫솔과 컵은 사용 후 베란다에 두고 햇볕에 말린다. 컵은 말린 후 욕실 수납장 안에 넣어 둔다.

· 주방

주방은 살림 정리 상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곳. 김 씨 주방의 조리대에 거의 물건이 올라가 있지 않았다.
주방 조리대 위에는 물건을 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흔히 설거지 후 그릇의 물을 빼고 그대로 두는데, 김 씨는 그릇을 말린 후 서랍장에 넣는다. 주로 붙박이 식기세척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말리는 그릇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자주 쓰는 그릇을 꺼내기 편한 아래쪽에 수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릇을 넣고 꺼내기 쉽기 때문에 마르면 즉시 수납하기 좋다. 아이들도 식사 준비를 도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자주 사용하는 그릇을 아래쪽 서랍에 넣으면, 그릇을 넣고 꺼내기 편해 정리가 수월해진다.
주방의 위쪽에 달린 수납장 안에는 손님이 올 때 사용하는 그릇 위주로 들어가 있다. 또 양념류는 손이 잘 닿는 곳에 작은 상자를 마련해 모두 모아 둔다.

냉장고 안에는 먹을 음식 정도 이외에는 안 넣어두는 것이 원칙. 장을 볼 때 필요한 물건만 사서 냉장고 안에 안 쌓아두는 것이 정리의 방법이다. 요즘 아파트에 많은 빌트인 냉장고는 수납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라면이나 김, 미역 등 부식을 넣는 창고처럼 이용했다.

· 기타

각종 고지서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오는 프린트물은 서류 파일 안에 무조건 꽂아 두고, 한 달마다 정리해서 버린다. 
고지서, 영수증, 학교 통지문 등은 파일 안에 넣어 보관한다.
약통은 두 개로 구분해 자주 쓰는 약과 비상 때를 위해 구비해 둔 약으로 나눠 보관했다.

또 현관에 신발을 벗어 두지 않고, 신고 온 신발은 바로 신발장 안에 넣어 둔다. 따로 중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현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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