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 정어리,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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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양의 정어리들. 공동어시장은 고등어 등 주력 위판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정어리 어획량이 크게 늘어 반색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한때는 명태만큼 친근한 '국민 생선'이었던 정어리가 돌아오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정어리는 최근 들어 어획량이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어획돼 위판한 정어리는 2천642t이다. 지난 10년(2003~12년)간 위판된 물량(1천764t)보다 더 많다. 특히 지난 18~23일 위판한 물량은 2천94t. 올 들어 잡힌 물량의 80%가 6일간 잡힌 것이다.

공동어시장 올 들어 2천642t 위판
지난 10년간 위판 물량보다 많아
크기·품질도 좋아 단가 잘 받아

다시 찾아온 '정어리 풍년'에 어시장도 희색이 돈다. 어시장 관계자는 "크기와 품질이 좋아 단가도 잘 받고 있다"며 "정어리가 많이 잡혀 어시장도 좋고 수출도 많이 돼 외화 벌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어리는 과거 너무나 흔했던 생선이다. 식용으로도 썼지만 동물성 기름으로 된 거름으로도 쓰였다. 한국에서는 잘 변질되고 기름기가 많아 식용으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일본에서는 스시 등 식용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였던 1937년이 정어리 최고의 성어기로 138만 8천t이 잡혔다. 단일 어종으로 100만t 이상의 어획량을 기록한 것은 정어리가 유일하다. 당시 정어리어업은 국민 생선인 명태어업과 쌍벽을 이뤘다.

이후 줄어들던 어획량은 1943년 '0'을 기록했다.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는 우리 어민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일제도 우리 연안에서 쏟아진 정어리로 어유를 만들어 군수용 기름으로 쓰려 했지만 갑자기 어획량이 줄자 크게 당황했다. 일본을 망하게 한 작은 원인이 됐다고 해 정어리는 '일망치'라는 별명이 생겼다.

광복 이후 정어리는 드문드문 잡혔고 아예 안 잡힌 해도 많았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다소 어획됐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그랬던 정어리가 최근 심상찮다. 2001~2010년 어획량은 738t에 불과했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어획량은 6천t에 달한다. 업계와 연구기관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 한창은 지도과장은 "일본과 접하는 동해남부수역에서 많이 잡히고 있는데 해수 온도나 먹이인 플랑크톤에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정어리 어획량은 수십 년을 주기로 크게 변화한다"며 "멸치 등 먹이 경쟁자들과의 경쟁, 먹이사슬에 있는 해양생물과 역학관계도 증감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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