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관변단체장 골프장·아파트 사업에 '특혜 몰아주기' 의혹
경남 거제시가 지역 연고의 현직 광역 관변단체장이 신청한 아파트 건설 허가를 위해 개발이 제한된 자연녹지의 용도변경 작업을 강행,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용도변경 추진 부지에 속해 있는 해당 단체장 부인 명의의 골프장은 시설 신고도 않고 수년간 불법 영업해 온 사실이 드러나 행정기관의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황한 거제시가 뒤늦게 아파트 허가 절차를 잠정 보류 했지만 의혹과 논란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4만 7천㎡ 부지 아파트 추진
자연녹지 용도변경 강행
지난달 6대 시의회서 안건 부결
7대 첫 임시회 재상정 시도
부지내 골프장 불법영업 밝혀져
의회 제출 안건 이례적 철회
18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지역 업체인 A 실업이 덕포동 427번지 일원 4만 7천670㎡ 부지에 681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용도지역 변경 등 도시개발계획 수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지는 6홀 골프코스(파3)와 78타석 골프연습장, 9개의 스크린골프장을 갖춘 복합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거제시는 동부생활권의 안정적 주택공급을 명분으로 도시개발법에 따라 해당 지역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개시했다.
개발 행위가 제한된 '자연녹지지역'을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바꿔 최대 25층짜리 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A 실업 대표 B 씨가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한 도단위 관변단체의 현직 회장이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거제시는 아랑곳 않고 절차를 진행했지만 시의회의 반대에 막혔다.
시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지난달 말 열린 6대 의회 마지막 임시회에 '거제 덕포지구 도시개발구역(개발계획 수립) 지정에 따른 의견청취의 건'을 상정했다.
일부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거듭된 논란을 의식한 시의회는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보류' 판정 했다.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특혜 논란은 오는 22일 개원할 7대 의회 첫 임시회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지난 14일 공개된 제170회 임시회 부의안건 목록에 부결된 안건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용도변경 안건 상정이 특혜 시비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엔 해당 시설의 불법 영업 묵인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거제시가 실시한 관내 체육시설업 시설 점검에서 이 복합시설의 80% 상당인 2만 8천473㎡가 행정에 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B 씨의 부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이 복합시설은 2005년 1월 7천855㎡ 규모의 연습장 시설만 체육시설업 신고를 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09년 2월께 추가 조성을 완료한 6홀 코스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해 온 셈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준공이 되면 자동으로 신고가 되는 줄 알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달 중 신고를 마치기 위해 서류를 준비 중이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특혜와 불법 묵인 논란에 결국 거제시가 한 발 물러섰다. 17일 시의회 부의안건 상정을 철회키로 한 것으로, 의회에 제출한 안건을 도로 거둬들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불법 여부와 관련한 행정조치가 담당 부서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사업자의 신분이 남다르다 보니 의혹이 과하게 불거진 측면이 없지 않다. 절차는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자연녹지를 주거지역으로 바꾸려하는 것 자체가 특혜다"며 "골프장을 5년 넘게 불법으로 운영해 왔는데 행정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무원의 묵인 내지는 유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