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권하는 사회, 방사선 권하는 사회] ① 너도 나도 C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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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병원엔 고가 CT 장비… 웬만한 질병에도 "일단 찍고 보자"

사례 1. 직장인 이지은(35) 씨는 최근 남편(38)과 함께 종합검진을 받으며 병원의 권유 때문에 추가 항목으로 CT(전산화단층촬영)를 촬영했다. 이 씨는 "회사가 지원하는 비용에 여유가 있어 CT를 찍었는데, 둘째 임신을 계획 중이라 잘 한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사례 2.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석(47) 씨는 CT 검사 후 암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듣고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CT 촬영을 했다. 김 씨는 "요즘 워낙 의료사고도 많이 나고 암 발생률도 높다고 하니 몸 상태를 확실하게 알아보는 게 좋겠다 싶어 내년에도 CT 촬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3. 주부 김지원(36) 씨는 최근 병원을 찾아 아들(5)의 머리를 CT 촬영했다. 공원에서 뛰다가 넘어진 아들이 어지럼증과 구토를 호소했기 때문.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말에 김 씨는 즉시 CT 촬영에 응했다. 김 씨는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면서도 "아이가 CT 촬영을 해도 안전한지 궁금하다"고 걱정했다.

100만 명당 37.1대
OECD 5위 'CT 대국'
"많이 가동해야 수익"
촬영 권유 일상화

한 번 찍을 때마다
연간 방사선 허용치
최대 10배까지 노출
아이들까지 무방비


이같이 CT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부위에 따라 연간 자연 방사선 총피폭량인 3.0mSv(밀리시버트)의 3배가 넘는 10mSv에 달하는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건강검진을 비롯해 각종 진료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CT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위권을 차지한다.



■CT·PET CT 장비 천국

4일 '2014 OECD 헬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만 명당 CT 수는 37.1대로 일본(101.3대)과 호주(50.5대), 미국(40.9대), 아이슬란드(40.5대)에 이어 5위다. OECD 평균(23.7대)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CT보다 피폭량이 훨씬 많은 PET-CT(양전자방출 전산화단층촬영) 역시 100만 명당 3.8대로 OECD 평균(1.7대)보다 배 이상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가 의료장비 등록현황 조사결과도 마찬가지. CT는 2011년 1천787대, 2012년 1천854대, 2013년 1천891대로, PET CT도 같은 기간 각각 165대, 191대, 207대로 매년 늘고 있다. 부산의 2012년 현재 인구 10만 명당 CT 수는 4.2대로 광주(4.9대)와 대구(4.8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렇게 CT가 늘어난 것은 현재 의료체제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병원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고가 장비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고가 장비 구입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병원으로선 많이 찍어 비용을 충당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자에게 CT 촬영을 권하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 CT 촬영을 했더라도 기계 성능차이나 판독의 어려움 등으로 재검사를 종용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병원을 옮겨 재진료할 경우 30일 이내에 CT를 재촬영하는 비율이 19.5%(2011년 기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이 대중화된 것도 CT 보급과 촬영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기존 건강검진 항목은 대부분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종합건강검진 상품에 CT를 포함시키면서 CT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암 정밀검진과 특정질환검진 항목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검진은 대부분 CT가 포함돼 있다. 고가의 숙박검진의 경우 CT보다 방사선량이 3~4배 많은 PET CT가 주를 이룬다.

김형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방사선안전과장은 "고가의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국민들이 늘고 과학적 진단방법이 보편화되고 있는 최근 의료경향으로 인해 방사선 검사가 빈번해지면서 CT 촬영이 보편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T는 한 번 찍을 때마다 일반인의 법적 연간 방사선 피폭량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건강진단을 이유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 병원의 CT 촬영 모습으로 기사와는 무관함. 부산일보DB

■방사선 피폭량 해마다 급증

CT 증가로 의료 방사선 피폭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식약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진단용 방사선검사 건수는 2007년 1억 6천189만 건에서 2011년 2억 2천217만 건으로 5년 새 35% 정도 늘어났다. 국민 1인당 연간 방사선검사는 2007년 3.3회, 2008년 3.7회, 2009년 4회, 2010년 4.3회, 2011년 4.6회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1인당 연간 진단용 방사선 피폭량 역시 2007년 0.93mSv에서 2008년 1.06mSv, 2009년 1.17mSv, 2010년 1.28mSv, 2011년 1.4mSv로 5년간 51% 정도 증가했다.

특히 CT를 통한 피폭은 심각하다. 2011년 현재 CT 건수는 전체 의료 방사선 검사의 2.8%에 불과하지만, 1인당 연간 피폭량 중 CT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56.4%)이 넘는다.

CT 등이 포함되는 고가 검진일수록 방사선량은 더욱 늘어난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분석 결과 암 정밀검진과 특정질환검진 항목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검진의 평균 방사선량은 14.45mSv였고, 추가 항목에 따라 최대 26.19mSv 정도 피폭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500만 원 이상 비용을 지불하는 고가 숙박검진의 경우 PET CT가 포함되면서 평균 24.08mSv에 달하는 방사선에 노출됐으며, 최고 30.97mSv까지 피폭됐다. 의료 방사선 피폭량이 세계 평균 0.6mSv인 데 비하면 엄청난 수치인 셈이다.



■아이들도 의료 방사선에 노출

CT에 의한 피폭량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 없이 CT 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최근 2박3일 동안 병원에 입원, PET CT 등 각종 검사를 받은 직장인 이정민(48) 씨는 "2박3일간 온갖 검사를 다 받았지만, CT 촬영 때 부위별로 엄청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이들도 CT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이 1~19세 1천90만 명의 의료보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발표한 'CT 검사가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어렸을 때 CT 검사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진단율이 24%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세 이전에 CT 검사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35%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뉴캐슬대가 어린이 17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머리 CT 촬영을 2~3차례 한 어린이가 촬영을 전혀 하지 않은 어린이보다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3배 정도 높다고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확한 진단을 이유로 CT를 찍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1~5세도 1~2% 상당이 CT를 경험하고 있다.

단국대 하미나 예방의학과 교수는 "CT 촬영으로 맹장염을 진단하는 비율과 초음파 및 촉진 등으로 맹장염을 진단하는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무분별한 CT 사용의 대표적인 예"라며 "방사선에 특히 취약한 어린이까지 진단 목적으로 CT에 노출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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