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CEO 아카데미 강연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포기를 모르는 도전 정신이 성공 비결"
"남들이 다 위기라고 말할 때 기회가 있다."
제9기 부일CEO 아카데미 강연 차 고향인 부산을 찾은 패션그룹형지 최병오(63·사진) 회장은 사자후(獅子吼)를 토해 냈다. 경기 침체로 어깨가 처져 있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폈다. 위기의 순간에도 '불처럼 일어나라'는 뜻을 가진 '형지(熒址)'의 회장다웠다.
골프웨어 '까스텔바쟉' 론칭
1년 만에 매장 수 140개 돌파
하단에 종합쇼핑몰 오픈도 앞둬
한두 번은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최 회장의 '희망일성'에 진정성의 힘이 느껴지는 것은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의 인생과 경영 이력 때문일 것이다.
최 회장은 "석회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가세가 기울어 혹독한 가난을 겪었고, 30대에 동대문시장에서 '크라운'이라는 여성 의류 회사를 창업해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키웠으나 부도로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실패가 최 회장을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이 순간만 참자'는 다짐으로 일어선 그는 "30~50대가 싸고 쉽게 입는 국민복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여성캐주얼브랜드인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 대성공을 거두었다.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형지의 기업 위상은 시련에 굴하지 않았던 최 회장 경영철학의 결정체다. 형지는 2020년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3천억 원을 달성해 글로벌 패션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그룹의 목표를 정했다.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불경기가 지속되는 지난해 과감하게 새로운 패션 브랜드 '까스텔바쟉'을 론칭했다. 화려한 색감과 예술적 디자인으로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 태풍을 일으킨 '까스텔바쟉'은 순식간에 매출액 1천억 원을 바라보는 브랜드가 됐다.
그는 "경기 침체에도 까스텔바쟉은 브랜드 사업 전개 1년 만에 매장 수 140개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면서 "역시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전 정신으로 뭉친 최 회장은 현재 중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최근 계열사 형지엘리트가 중국 바오시나오그룹과 중국 교복시장 선점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고향 부산에 대한 애정은 최 회장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이다. 최 회장은 부산·경남권을 중심으로 유통 사업 투자를 진행해 2014년에 부산 하단에 패션, F&B, 문화를 제공하는 형지타운을 선보였고, 2015년에는 물류센터와 지역민을 위한 시설을 겸비한 형지양산물류정보센터를 열었다. 내년 2월께에는 부산 하단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종합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사업 시작 후 45년 동안 수없는 위기에 도전 정신으로 응전한 결과 패션그룹형지는 20여 개 브랜드 전국 2천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종합패션유통기업으로 당당히 성장했다"며 "지난해에는 55년 전통의 제화 명가 '에스콰이아'를 인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의 행복'을 주겠다는 젊은 시절 꿈이 이뤄지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