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안전이 답이다] "여다 공항 지으면 외지 투기꾼만 배 불리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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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후보지 거론 밀양 하남읍 르포

동남권 신공항 밀양 후보지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평야. 신공항이 들어서면 수백만 평에 이르는 옥토가 사라지게 된다. 후보지 뒤로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시사철 농사지어서 겨우 애들 공부시키고 장가까지 보낸 땅에 난데없이 신공항 바람이 불어서 땅 다 베리(버려) 났어.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라니까." 밀양 신공항 후보지(경남 밀양시 하남읍)에 3대째 농사를 지으며 사는 김중수(73·밀양시 하남읍) 씨의 말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생계는 물론이고 공항 위험성에 대한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천혜의 옥토를 공항으로 덮는다는 우려, 산악지형 공항에 대한 위험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옥토에 신공항? 투기꾼만 배불려

본보 취재진이 16일 찾은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 수십 개의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내륙 분지에는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평화로운 농촌 마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전국에 유통되는 고추의 20% 이상이 나고 있는 마을답게 고추, 감자, 양배추 등의 재배가 한창이었다. 6월이 농번기여서 논에는 농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내촌, 칠정, 송산, 신촌, 야촌 등 하남읍 5개 마을과 인근 상남면까지 1천여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는 하남읍 일대는 종남산, 하남산, 월봉산, 덕암산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 때문에 높은 일조량과 풍부한 낙동강 농업용수로 과거부터 '옥토' 이야기를 들어오던 땅이다.

전국 고추 20% 생산 '옥토'
후보지 되며 땅값 6배 껑충
소유주 70% 이상이 외지인
땅장사 할 사람만 공항 찬성

산 많아 일제 땐 엄폐용 기지
안전성 확보 안되는데 공항?
대구 공군기지 이전용 '꼼수'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은 신공항 후보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점차 외지인의 땅이 되어갔다. 주민들에 따르면 부지의 70% 이상의 실소유주는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다. 신공항 투기 세력인 것이다. 실제 밀양 신공항 후보지에 사는 농민들은 대다수가 소작농이다. 하남읍 백산리 백내마을 이장 김경환(54) 씨는 "평당 4만~5만 원 하던 농지가 지금은 25만 원가량까지 5~6배나 올랐다"며 "시에서 공항이 생기면 대체부지, 이주대책 이런 탁상공론 같은 소리를 하는데 단순히 땅이 아니라 삶이 송두리째 빼앗기는 문제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을 주민들은 밀양 신공항이 들어올 미래에 관해 묻자 연신 한숨을 내쉬며 줄담배를 피웠다. 일부 농민은 욕설을 섞으며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마을에서 양배추,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박용성(56) 씨는 "여기 신공항 찬성하는 마을 사람은 땅값 올려서 땅장사 하려는 외지인 말고는 없다"며 "공항은 안전하고 사람들 많이 올 수 있는데 짓는 것이 상식인데 왜 이 옥토에다 공항을 지어 투기꾼 배만 불려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밀양에 공항이 생기면 부산 사람들이 집단 반발한다고 하는데 그전에 아마 여기 농민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크게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송산마을 주민 김 모(72) 씨는 "하남읍이 농지로서의 가치가 높아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 공단 만들려다가 포기하고 만든 공단이 창원공단이었다"며 "아버지가 지킨 옥토라는 것을 딸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산 둘러싸인 곳에 공항이라니?

농민들은 삶의 터전이 없어지는 문제 말고도 밀양 하남이 공항 입지에는 최악이라고 우려했다.

산으로 막혀 있는 지형 탓에 일제강점기 군 공항으로 이용됐던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1930년대 밀양 하남읍 일대는 높은 산지로 엄폐가 쉽고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아 대형 폭격기가 올 수 없는 일본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2대째 하남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모(76) 씨는 "옛날 식민지 군사공항은 무조건 적에게 안 들키는 곳이지 안전성 이런 것들 고려를 했겠냐"며 "일제가 산이 워낙 높고 많아 군사기지로 썼던 땅에 민항기 공항을 만든다는 발상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마을 주민은 밀양 신공항은 대구에 위치하고 있는 공군 기지를 옮기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인 '꼼수 신공항'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마을에서 논농사와 양배추 농사를 하고 있는 전정호(73) 씨는 "마을에 산 깎고 논밭 갈아엎고 해서 결국 공군 비행장이 들어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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