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안전이 답이다] 신공항 용역, 과업지시서까지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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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이 16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깜깜이 용역 NO' 등의 문구가 들어간 얼음판을 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 제공

동남권 신공항 용역을 진행 중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과업지시서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과업지시서란 '용역을 이런 방향으로 수행하라'는 지침서로 용역기관은 반드시 이를 지켜야 하고 국토부도 준수 여부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 

"ICAO 등 국제기준 검토" 
과업지시서 내 명시 불구 
ADPi, 지침 무시하고 
고정장애물 항목 누락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연구' 과업지시서에는 "이번 용역은 항공법,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등 국내기준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준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ICAO는 공항 입지에 따른 평가기준을 공역 기상 장애물 소음 환경성 등 모두 9개를 제시하고 있다(ICAO 부속서 14 챕터 4). 그러나 이번에 ADPi는 평가항목으로 고정장애물을 제외함으로써 ICAO와는 다른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업지시서는 "대안 선정 및 평가 방법(평가항목·배점 등)은 용역기관에서 ICAO와 미연방항공청(FAA) 등 국제기준을 참고해 결정하되, 국제기구의 검토를 받도록 한다"고 다시 한 번 밝히고 있다.

이처럼 ICAO와 FAA 기준을 강조한 것은 오랜 기간 국제적으로 인정돼 온 이들 지침을 지키고, 용역기관이 자의적으로 용역을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과 같이 공항 입지를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면, 고정장애물과 같은 핵심 요소는 보편적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ADPi 측은 지난달 전문가회의에서 이동장애물(조류·선박 등)은 평가항목에 포함되지만 고정장애물은 누락시켰다. 다만 항공교통관제(ATC)라는 평가항목의 5가지 세부기준에서 고정장애물을 고려해 평가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ADPi의 자체적인 기준일 뿐인데다 별도의 독립항목으로 고정장애물이 포함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수도권 지역 대학 항공학과 A 교수는 "고정장애물은 위험요소를 판단하는 것 외에 절개 면적과 공사 비용 등도 추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공항 관련 연구소 B 박사는 "인천공항 입지 조사 때도 공항 운영 조건이라는 대항목에 ATC·기상요건·시계비행요건·장애물 고려라는 기준이 포함됐다"면서 "과업지시서에 따라 국제기준에 맞게 용역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항공학적 검토'도 마찬가지다. 항공학적 검토는 기존 공항의 고도제한 완화 등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또 항공학적 검토는 위원회를 열어 의결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미리 항공학적 검토를 하는 것은 법 규정에 위배된다.

국토부는 "용역은 ADPi 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평가기준과 배점은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날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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