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금정문화재단에 거는 기대
/이승욱 문화기획자

금정문화재단이 2년 가까운 준비절차를 마치고 공식 출범한다. 금정문화재단은 부산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구 단위 문화재단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래 지난 20년 동안 문화예술 분야의 지역분권과 문화자치를 이끌어 낼 새로운 문화행정체제로서 다수의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됐다. 지역문화재단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광역문화재단으로는 1997년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14곳에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됐다. 기초지자체의 지역문화재단은 2000년대 초반 부천, 성남, 고양 등 수도권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설립되기 시작했고 전국에 걸쳐 60곳에 이르는 기초문화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기초 단위 문화재단 부산 첫선
서울·대구 등에 비해 늦은 감
행정 하부기관 역할서 탈피
창의적·전문적 문화행정 기대
예술가 주민 직접 소통 가능해져
'생활 속의 문화' 구심점 되길
부산에서는 2009년 광역문화재단으로 부산문화재단이 출범했고 기초문화재단으로는 금정문화재단이 올해 첫발을 내딛게 됐다. 2007년 출범한 마포문화재단과 구로문화재단 등 서울에는 이미 10개의 기초문화재단이 설립됐고 대구에도 달성, 수성, 중구문화재단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해 부산의 구 단위 문화재단의 출범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진흥 계획과 사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지역문화재단 설립과 운영의 법률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앞으로 부산지역에서도 구 단위 문화재단의 설립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에서 기초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지역문화재단의 설립과 확산은 무엇보다 문화행정이 정부 주도에서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치구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는 정부가 주도하여 정책적 목표를 제시하고 이끌고 가는 국가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정부 주도형 문화행정 체제는 소수의 관료들이 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독점하면서 이념적 편향성이나 엘리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예술인과 시민을 행정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일방통행식 혹은 민간동원형 사업의 폐해를 낳았다. 무엇보다 경직된 정부행정의 예산과 조직편제, 익숙할 만하면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같은 관행 때문에 문화예술 현장에서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문화행정을 실현하기도 어려웠다. 1990년대 이후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은 정부가 문화행정을 직접 주도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민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문화예술 진흥정책을 수립하고 그 집행을 담당하는 제도적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일찍부터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나 국립예술기금위원회(National Endowment of the Arts)와 같은 공적 기구들을 만들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문화행정을 실행하고 있다.
금정문화재단은 부산 최초로 구 단위에서 설립한 기초문화재단으로서 더욱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행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기초문화재단은 문화의 접근성 측면에서는 광역문화재단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그 성과를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의 차이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광역문화재단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문화단체들과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지역 문화예술진흥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강조하는 반면 기초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직접 소통하면서 지역문화공간을 운영하거나 지역축제와 같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수행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금정문화재단도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와 서동창작공간, 새로 건립될 금정청년창조발전소와 같은 지역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청년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문화예술의 새로운 흐름은 예술가들은 창작을 하고 관객들은 예술품을 소비하는 전통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창작과 향유의 경계를 넘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이 뿌리 내리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풀뿌리 문화행정을 담당할 금정문화재단의 출범이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건강한 지역문화예술 생태계의 기초를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