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친절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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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닥에 패대기쳐졌을 때 알았어야 했어

삶은 내게 친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


누가 백일홍의 발목을 거는지 걸핏하면 엎어지지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알게 되지


허방은 지하주차장 경사로에 숨어 있고

허방은 꽃속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오르고


이번 생은 발에 안 맞는 빨간 뾰족 구두

이번 생은 킬힐에 안 맞는 평발


그렇다고 내가 삶에게 불친절할 필요는 없잖아

백일홍에게는 백일홍의 하늘이 있으니까


최정란 시집<사슴목발 애인>·산지니·2016

티베트의 오체투지는 내 안의 신을 만나는 방식이다. 온몸 내던져 엎드리는 일은 존재에 향한, 가장 친절한 방식이 아닐까. 발끝부터 이마까지 바닥에 닿고서야 하늘의 높이와 깊이를 이해한다. 그 수행은 결국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넘어지고 다치고 멍드는 일, 그 반복으로 우리는 자기만의 하늘을 발견할 수 있으니. 경쟁을 넘어 불친절에 친절해지는 것이 공부다. 바닥에 엎어져 보는 일이야말로 수행의 기본자세. 누군가 패대기치기 전에, 엎어지기 전에 먼저 엎드리는 삶을 살면 어떨까. 청렴과 겸허는 스스로 낮아지고 스스로 비우는, 삶에 가장 친절한 자세라고 믿는다. 그때 삶은 비로소 우리에게 친절해질 것 같다. 김수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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