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소녀상 혐오,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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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사 회 부

지난달 31일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얼굴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했다. 두 달 전,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던 부산 평화의 소녀상 주변엔 지난 7일 또다시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할 것인가, 천안함 자국 용사 동상은 하나도 없고 소녀상만 있는 독특한 나라'라고 적힌 폐화분이 놓였다.

한국에서 피해자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상실된 삶을 돌릴 방법은 없는데, 어떤 이들은 자꾸만 그만하라고만 한다.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납치되고, 강제로 생을 빼앗긴 이들은 약자이고 피해자다. 조국이 발전하는 동안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해 망가진 이들만 남고 가해한 이는 사라졌다. 이 모순에 밟힌 그들은 우리가 지키고 보살펴야 할 엄연한 피해자다.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제는 미래를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국가가 있는 건데,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기에 걸리적거리니 비켜 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무시와 비난은 그저 '기분 나쁘다'로 그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공동체의 품격을 주저앉히는 일이다. 약자에 대한 혐오가 증폭되다 보면,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가치 기준도 시나브로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는 나치와 관련해 선동과 증오의 표현을 일삼는 이들을 처벌하는 형법이 있다. 미국에선 소수자에 대한 증오 표현을 하는 이들에게 행정적·사회적 제재가 뒤따른다.

부산 동구청은 평화의 소녀상 옆 쓰레기 투기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경찰은 소녀상 설치도 불법이기 때문에 소녀상의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불법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 소녀상을 지킬 수 없다는 주장에 부산시의회에선 '위안부 소녀상 공공조형물 지정 및 관리에 대한 조례'가 발의됐지만 하염없이 임시회 통과만 기다리고 있다.

약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지키는 것이 공공의 영역이다. 적당히 중간을 지키라라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중립의 외피를 쓰고 은근슬쩍 책임을 미루는 이들에게 맡겨 두기엔 공권력은 너무 크고 무겁다. 약자와 피해자를 위해 엄중하게 집행되는 공권력을 기대해 본다. 우리 공동체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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