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 씻기지 않은 아픔…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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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 철재 부두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수많은 생채기를 드러낸 채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는 참사 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광복 이후 가장 역사적인 사건으로 한국전쟁에 이어 세월호 참사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꼽혔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와 함께 온 국민은 절망했지만, 한편으로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각오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내고 있다. 바닷속에 있다 뭍으로 올라온 3년의 '세월'. 가라앉았던 진실을 함께 건져 올려 제대로 기억하고,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미래를 설계하는 건 남은 자들의 몫일 테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오늘, 또다시 질문을 던져 본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립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살펴보면 위 물음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특조위는 특별법에 근거한 조직이지만 운영 과정은 물론 마지막 해산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여당의 방해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위원 임명부터 시행령 제정, 예산 배정까지 특조위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내용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 특히 정부가 밀어붙인 시행령은 특조위 핵심직위를 파견 공무원이 맡도록 하는 등 특조위 활동을 무력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머나먼 세월호

정부·여당 방해로 숱한 어려움
특별조사위 활동 생생한 기록

재난을 묻다

대책 부실로 끊임없이 반복
국내 대형 참사 7건 추적 '르포'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끔찍한 불행에도 아름다운 사람들
고통의 바다서 건져낸 단편 소설집


특조위 해산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조사 활동이 2015년 8월부터 시작됐지만, 정부는 특별법이 시행된 1월을 근거로 활동 기한을 2016년 6월 말까지로 못 박았다. 이후 예산지원을 끊어 버렸고, 특조위는 자비를 들여 조사를 진행하다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만다. 그 결과 조사를 개시한 229건의 세월호 관련 사건 중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은 2건에 불과했다. 종합보고서와 백서도 나올 수 없었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권영빈 변호사는 <머나먼 세월호>에서 그간 특조위 활동의 어려움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말미에는 특조위 활동에 대한 평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요청안, 특조위 활동일지 등도 함께 실렸다. 특히 조사 개시가 결정된 229건의 '사건명'을 찬찬히 훑다 보면, 아직 건져 올려야 할 진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유가족 추천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이날을 잊지 말자.'세월호 특조위 2기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책을 끝맺는 저자의 마지막 한마디다. 권영빈 지음/펼침/272쪽/1만 5000원.

재난의 원인을 제대로 못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비슷한 재앙은 또다시 찾아온다. 세월호 참사는 이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재난을 묻다>는 우리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있는 대형 재난참사 7건을 다시 불러낸다. 남영호 침몰(1970), 씨랜드 청소년수련의집 화재(1999), 대구지하철 화재(2003), 춘천봉사활동 산사태(2011), 여수국가산단 폭발(2013),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2013), 장성효사랑요양병원 화재(2014) 등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해 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재난참사기억프로젝트팀을 꾸려 과거의 참사로 시선을 옮긴다.

프로젝트팀은 2년 반 동안 취재를 하면서 이들 참사가 구조시스템의 미비, 이윤을 우선시하는 풍토, 정부·지자체와 기업의 책임 떠넘기기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낳은 인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특히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 탓에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거나 등을 돌리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보면서 "치유와 기록에도 때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들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몇몇 사건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다투거나, 보상 문제를 놓고 씨름 중이다. 더욱이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이 부실해 참사의 반복을 막지 못했다는 점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과제를 던진다. 안전교육의 허상, 책임자 형사처벌 필요성 등 중간중간 수록된 전문가의 조언은 '기억하기'를 넘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재난참사기억프로젝트팀 지음/서해문집/312쪽/1만 3500원.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는 문학의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참사의 고통과 아픔, 기억을 문학으로 품어낸 '세월호 문학'(김명인 문학평론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월호 문학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무거운 진실을 마주 볼 수 있는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세월호 문학의 맨 앞에 선 김탁환 소설가가 세월호를 주제로 한 단편 8편을 묶은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내놨다.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로 지난해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하며 "3주기 즈음에 중·단편집을 낼 계획"이라고 한 지난해 약속을 정확히 지켰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희생자와 간접적으로 이어져 있다. 세월호 생존자('눈동자' '제주도에서 온 편지'), 교통사고로 해외여행 중 목숨을 잃은 아내를 둔 공항 출입국 관리소 직원('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할'), 유품을 찍는 사진 작가('찾고 있어요'),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마음은 이곳에 남아'), 세월호를 차마 글로 풀어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탁 작가('소소한 기쁨')의 시선. 이들의 이야기는 원숭이 탈을 뒤집어쓰고 춤추는 희생학생의 아버지('이기는 사람들')만큼이나 가슴이 미어진다.

실존 인물과 사건이 연상돼 눈물 없이 책장 넘기기가 쉽지 않지만, 소설의 끝이 해피 엔딩인 덕분에 울다가도 미소를 머금게 된다. 자살을 계획했던 민간 잠수사는 다시금 사람을 구하러 나서고,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죽은 아들을 위한 해외여행 인증 스탬프를 받고자 한 아버지에게 규율을 어기고 스탬프를 찍어 준다. 연대를 통해 결코 침몰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견뎌 나가리라. 김탁환 지음/돌베개/352쪽/1만 3000원.

윤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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