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레지던시 영화제작 사업 오리엔테이션 현장] 외국인 감독들 "나만의 시선으로 부산 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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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부산 레지던시 영화제작 사업'에 참여한 국내외 감독들이 오리엔테이션에 앞서 플래카드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한국 스태프들과 만날 일정 참고하십시오." "로케이션 장소 둘러보고 싶어요."

지난 24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센텀벤처타운 5층 세미나실. ㈔부산독립영화협회가 올해 처음 선보인 '유네스코 부산 레지던시 영화제작 사업'의 오리엔테이션 현장은 작품 논의로 열기가 뜨거웠다.

아일랜드 출신 제임스 워드
김대황 등 국내외 감독 6명
부산서 지역 영화인과 협업

영화의전당 소극장서
도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

이번 프로그램은 김대황 감독 등 국내외 감독 6명이 3주간 부산에서 머물며 부산의 젊은 영화인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해 대중에 공개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전세계 영화창의도시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지역 영화인들이 부산과 해외 영화인들 간 교류의 장을 직접 마련한 기회여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전세계 영화창의도시 출신 감독들의 기대는 컸다. 아일랜드 골웨이 출신 제임스 워드(32) 감독은 한국이 처음이다. 부산이 유럽과 너무 달라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는 워드 감독은 "부산을 찾기 전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수능공부하는 여학생이든, 노인이든 모두 '외롭다'는 말을 해 기억에 남는다. 불통과 단절에 대해 보여주고 싶다"며 "언어적인 측면에서 한국인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은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20년째 영화를 만들고 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휴 와트(51) 감독 역시 이번이 한국 첫 방문. 그는 "한국 오기 전 사진으로 접한 부산은 관광지 같았는데, 민주공원 등을 돌아보면서 정치사회적 역사가 깊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글래스고와 부산의 문화적 배경이 가진 공통점을 찾아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창의도시 출신 감독들의 협업도 기대를 모은다. 서울에서 3년째 유학 중인 불가리아 소피아 출신 야나 레카스카(38) 감독은 사업에 참여하는 부산 출신의 오민욱(32) 감독과 협업에 나선다. 그는 "오 감독의 단편 '적막의 경관'을 보고 마음에 들어 먼저 제안했다. 서울, 광주에서 각각 단편영화 1편씩을 만들었는데 부산에서 촬영하게 돼 행복하다"며 "부산의 보다 덜 알려진 곳,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를 보여주고 싶다. 잘 알려진 곳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오 감독 역시 "영화를 직접 만드는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로서 보다 객관적으로 부산을 바라보며 낯섦을 배울 수 있는 성장의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레카스카 감독은 로케이션 장소를 돌아다니고 배우들을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립영화협회와 해외지역 영화협회 간 협력으로 초청된 일본 후쿠오카의 요시마사 짐보(31) 감독은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타이완, 홍콩, 베트남과 작업을 같이 했다. 부산이나 후쿠오카 모두 국가 간 창의작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인 듯하다"며 "지금껏 일본어로만 작업해왔는데 이번엔 모두 한국말로 진행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과 작업해야 하는 경험은 정말 신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완성작은 다음달 12~14일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유네스코부산 도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영화제 땐 전세계 영화창의도시 6곳을 포함한 9개국 15개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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