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아지매' 벽화로 탄생] 망치질 해대던 '영도의 어머니' 예술 작품으로
8일 오후 부산 영도구 대평동 대동대교맨션 벽면에서 광안리 어민 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어부의 얼굴'이라는 대형 작품을 그렸던 독일 출신 스트리트 아티스트 ECB(본명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인물 그라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낡은 배의 녹을 제거하기 위해 쉼 없이 망치질을 해댔던 부산 영도 깡깡이 아지매들. 강인하고 고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초상화가 아파트 벽면에 그려진다.
獨 아티스트 ECB 2호 작품
영도 대동대교맨션에 그려
고공 크레인 타고 5일간 작업
8일 오후 2시 부산 영도구 대평동 대동대교맨션 4동 앞. 고공 크레인을 탄 한 남성의 '그래피티'(건축물의 벽면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작업이 한창이다. 흰색 외벽에는 주름진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의 할머니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 그림은 독일 출신 유명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ECB'(본명 헨드릭 바이키르히)가 부산에서 그리는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 ECB는 2012년 부산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영구 광안동 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어부의 얼굴'이라는 작품을 남겨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의 높이만 56m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이번 작품은 영도 깡깡이예술마을 사업단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작품명은 'Mother of Everyone'(우리 모두의 어머니). 가로 13m, 높이 35m의 초대형 그림이다. 작가는 예전 인근 수리조선소에서 녹이 슨 배의 표면을 제거하던 '깡깡이 아지매'들의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작가 ECB는 "가장 평범한 인물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땡볕에 하루 10시간씩 혼자 그림을 그린다. 오전 8시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면 오후 8시까지 점심 시간 1시간을 빼놓고는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심지어 작업 중 화장실에 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물과 음료까지 마시지 않는다. 작업 이전에도 3주간 영도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부적인 얼굴 형태, 표정, 손짓 등을 정하기도 했다.
작품이 그려지는 장소인 대동대교맨션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운영하던 미국 스탠다드 석유 회사가 있었고, 한국전쟁 때는 미군의 보급창고가 자리 잡았다. 80년대 초에 완공된 대동대교맨션 1층에는 각종 선박부품 관련 업체가 들어서 있는 독특한 형태를 띠기도 했다. 깡깡이예술마을 사업단 측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9일 최종 완성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