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 도마 위에 오른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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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필수품인 도마는 매일 사용하지만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소독도 자주하고, 칼자국이 많이 나면 교체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 사용한 흔적으로 칼자국투성이인 낡은 도마. 강선제 제공

부산에서 살다 제주로 이주한 강선제 씨는 이따금 동네 할머니의 상처 난 도마를 대패로 밀어드리게 된 사연을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때 선제 씨가 글과 함께 게재한 한 장의 도마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칼자국과 세월의 흔적이 선명한 그 도마는 선제 씨 표현처럼 '날것의 상처' 같았다. 어쩌면 그 낡은 도마가 품은 건 단순히 김칫국, 생선 비린내, 고기 누린내가 아니라 평생을 희생하고 인내하면서 살아온 할머니, 어머니 세대의 인고의 세월이 아니었을까 싶어 더 애잔했다.

오랜 세월을 이겨 낸 도마엔 삶의 체취가 가득하다. 단순히 식재료와 음식을 썰고 다지는 도마가 아닌, 수많은 칼자국 사이로 생선이며 고기, 야채를 다듬던 어머니의 음식 손질하는 소리가 지금도 들려올 것만 같아서다. 물 마를 날 없던 그 나무 도마도 언제부턴가 옛 이름이 되어 간다. 매일 쓰면서도 소홀하기 쉬운 도마의 종류와 관리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낡고 더러운 도마는 세균의 온상
수시로 소독하고 자주 교체해야

육류·채소·생선·과일 등 식재료별
3~4개 분류해 써야 교차 오염 방지

나무 도마는 세척 후 그늘서 말려야
실리콘은 전자레인지·끓는 물 소독

■도마는 소모품…자주 교체해야

요즘 주부들은 가정에서 어떤 도마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사용 중인 도마도 각양각색이었지만 교체 시기도 천차만별이어서 깜짝 놀랐다.

주부 6년 차로 9개월, 2세, 4세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회사원 이효정 씨. 아이와 어른용으로 2개씩 구분한 TPU(Thermoplastic Polyurethane·열가소성 폴리우레탄) 도마 4개를 쓴다. 아이들용 도마는 그나마 두 가지 색깔로 구분해 생고기는 빨간색, 과일과 야채는 초록색 도마를 사용하지만 어른용은 김치 국물이 밴 하나는 서랍장에 넣어 놓고 다른 하나만 쓰는데 언제 교체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도마가 행주보다 더럽다'는 건 알겠는데 도마 교체엔 무신경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공무원인 서영인(부산진구청) 씨는 좀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도마를 정기적으로 바꾸는 경우였다. 서 씨가 사용하는 실리콘 도마는 한 달에 한 개씩 1년에 총 12개. 혹시나 한 달이라는 기간을 넘길까 싶어서 유명 쇼핑몰 한 곳을 정해 한 달에 한 번 도마 정기구매 문자 알림 서비스까지 신청해 두었다. 서 씨는 "도마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소독을 해도 음식찌꺼기가 남아 있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걸로 사서 자주 바꾸는 게 위생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동화작가 한정기 씨는 육류와 생선은 대나무 도마, 과일은 바나나나무 도마를 사용하고, 야채 등 나머지는 좀 오래 쓸 요량으로 독일 주방 브랜드 '실리트' 도마를 쓰고 있다. 하지만 한 작가는 도마를 자주 바꾸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사서 자주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살균 도마·맞춤 원목 도마 등 다양

살균 기능을 갖춘 한샘의 '살균블록'과 도마 세트. 한샘 제공
백화점이나 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도마는 대체적으로 '항균'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혹은 손잡이가 달린, 구부러지는, 스탠드형, 살균 도마 등 모양이나 기능면에서도 나날이 진화 중이다. 소재 측면에서도 플라스틱, 유리, 아크릴에 이어 실리콘과 TPU 등 신소재로 확대됐다. 소나무 일색이던 나무 도마만 해도 대나무, 편백나무, 고무나무, 바나나나무, 올리브나무, 단풍나무, 호두나무, 유칼립투스, 캄포, 오크, 티크 등으로 다양해졌다.

적어도 부엌 한 귀퉁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그 도마가 아니었다. 신세계센텀시티 5층 남성전문관에 입점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에서 판매 중인 수제 원목 도마 '굿핸드굿마인드(ghgm)'의 경우, 6만 7000(호두나무)~11만 5000원(새눈단풍나무)이었지만 '한 끼를 먹어도 품위 있게'를 내세우는 젊은 부부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매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원목만 취급하는 도마 전문점 '도마 가(家·051-532-8003)'는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도마가' 이영선(48) 대표는 취미로 도마를 만들다가 주위 사람들 권유로 가게까지 열게 된 경우. 설과 추석 등 주문이 몰릴 땐 혼자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동생까지 나서서 나무 작업을 도와준다고. "다른 원목 가구와 달리 음식을 다루는 도마다 보니 특히 세밀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 씨는 수작업 제품이어서 가격은 좀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하는 사이즈나 디자인이 있을 경우엔 맞춤 제작도 해 준다. 현재 '도마가'에선 40㎝ 기준으로 소나무 도마는 3만 원 선. 제일 잘나가는 편백나무 종류는 5만 원 선. 캄포는 7만~8만 원, 티크는 10만~12만 원 수준에서 판매 중이다. 정확한 가격은 나무 사이즈와 수종에 따라서 달라진다.

■올바른 도마 사용과 관리법
`도마 家`에서 만든 각종 원목 도마들.
취재 과정에 만난 전문가들은 "도마는 용도별로 하나씩 정해 사용하는 게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예를 들면 육류용, 생선용, 과일, 채소용 등 식재료별 도마를 3~4개 이상 분류해서 사용해야 교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육류나 생선을 자르고 난 뒤에는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열탕 처리를 권했다. 또한 칼자국이 많이 난 도마는 교체를 권했다. 도마에 팬 칼자국 틈 사이로 다량의 음식물이 끼어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또 칼질을 할 때 틈 안에 있던 오염된 음식 찌꺼기가 튀어 나와 재료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플라스틱 도마는 대부분 항균제를 첨가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항균성능 검사 마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리 도마의 경우는 베이킹 소다와 굵은 소금을 이용해 세척하고 햇볕에 말려주는 것이 좋다. 실리콘 도마는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소독할 수 있어서 편리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새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좋다.

단, 나무 도마는 관리법이 좀 다르다. 부드러운 솔로 흐르는 물에 세제를 이용해서 세척하되 마른 행주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낸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서서히 말리는 게 좋다. '도마가' 이 대표는 특히 "강한 햇빛에 도마를 말리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소독은 될지 모르겠지만 자칫 변형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살균과 소독은 식초, 소금, 베이킹소다 등을 혼합해 종이 타월에 뿌려 주고 1시간 정도 지난 후 물로 헹궈 낸다. 나무 도마에 곰팡이가 생겼을 경우엔 사포로 문지르거나 곰팡이가 든 부분을 깎아 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나무 도마가 뒤틀린 경우에도 대패로 밀거나 샌딩을 해 줘야 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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