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석 부산영화평론가협회장 '부산, 영화로 이야기하다' 펴내] '영화도시 부산'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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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역 현장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는 영화인들이 여전히 부산을 지키고 있다. 사진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의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 부산일보DB

'영화도시 부산'이라고 말하지만 부산의 영화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영화인들이 고군분투하며 '부산'이라는 토양 아래 영화를 길어 올리고 있지만, 부산 곳곳에 흩어져있기에 이를 세세히 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책표지.

부산이 가진 오랜 영화 역사와 부산이 품고 있는 영화의 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김이석(동의대 교수)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 펴낸 <부산, 영화로 이야기하다>(비온후)는 부산 영화와 영화인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내서이자 지도다. 다양한 사진과 함께 실린 인물 삽화는 부산 영화를 이끈 숨은 영웅들의 모습을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한국 영화의 중심지 안내서
부산 감독들 정보 총망라
숨은 영웅들 따스하게 조명

책은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부산의 영화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산영화는 이렇게 흘러왔다'에선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있기 훨씬 전인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때 부산이 이미 한국영화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 영화계에서 부산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영화창의도시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오랜 내공 덕분일 것이다.

'부산 영화, 그들이 있기에'에서는 한국영화기술을 선도했던 이필우를 시작으로, 부산영화 지킴이 부산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해 새로운 관객운동을 선도하는 모퉁이극장, 수십 년 간 꿋꿋하게 부산 영화의 모든 자료를 손수 모아온 고(故) 홍영철 한국영화자료연구원장 등 부산 영화를 이끈 인물과 단체가 대거 등장한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최근 작고해 전세계 영화인을 슬픔에 잠기게 한 고(故) 김지석 BIFF 수석 프로그래머 겸 부집행
김이석
위원장. 저자가 기억하고 있는 고인의 추억을 보고 있으면 고인이 부산 영화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마지막 장인 '부산, 영화를 만들다'는 부산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며 세상과 소통에 나서는 감독이 총망라돼 있다. 제작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전 과정을 혼자 해결하는 '부산 영화의 개척자' 전수일 감독을 비롯해 최용석, 박준범, 김백준, 김영조, 김지곤, 박배일, 김정근 등 다양하고 독특한 영화적 색채로 관객을 사로잡는 부산의 감독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이 남기고 있는 족적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말미엔 지난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논란으로 촉발된 'BIFF 사태'가 실려 있다. 소위 '좌파 영화제'로 찍히면서 수년간 예산 삭감과 정치 공세에 시달렸던 BIFF를 두고 저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위기는 곧 부산영화계의 위기'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도 저자는 새로운 희망을 길어낸다. 이는 부산 영화계에 대한 따스한 시선 덕분이리라. '영화제, 영상위원회, 독립영화협회, 평론가협회 등이 동반자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에 매진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다면 강력한 리더 하나에 의존하던 시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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