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에서 활용으로… 디지털 교육 패러다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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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3시께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놀이마루 4층 부산SW교육지원센터에서 CDL 디지털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 공동대표가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제공

모순적이다. 여기저기에서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교육 현장은 디지털을 억누른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디지털은 적과 같다. '디지털=게임'으로 여기는 학부모가 아직도 많다. 물론 디지털은 오용하면 '독'이 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잘 활용하면 '득'이다. 더욱이 시대는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을 요구한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3D프린터 등이 상용화할 미래가 눈앞이다.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이하 CDL)의 박일준·김묘은 공동대표와 함께 올바른 디지털 교육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부모들 '디지털 = 게임' 인식 강해
잘 못 쓰면 '독' 될 소지 많지만
잘 활용해 '득' 되게 만들어야

디지털 시대 필요한 역량 키우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점차 확산
부산서도 교사 대상 연수 시작
2학기 자유학기제 수업 계획도

■통제보다는 활용


먼저 디지털 '금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학생들에게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은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중독이나 과의존 딱지를 붙여 줄여야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외우게 만든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원(KERIS)의 조사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학교에서의 디지털 접근성은 22위다. 인터넷 평균 속도 세계 1위가 무색한 결과다.

디지털 '활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주어진 정답보다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중시한다. 다양한 지식을 외우는 것보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펼치게 할 필요가 있다.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미래에 필요치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면 지금 이 시대에는 디지털상에서 색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 컴퓨터의 기능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을 넘어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 방향은 노하우(Know-How)보다 노와이(Know-Why)를 중시하는 시대에도 걸맞다. 디지털 시대에는 방법을 외우기보다는 근원적인 원리를 알아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폴 킴 교수는 "학생들은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능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디지털 활용을 늘리면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분명 많아질 수 있다.

■디지털 역량 키우기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은 변화를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데,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말한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디지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디지털 역량을 높여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역량에서 중요한 부분은 디지털 활용능력이다. 디지털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 분석, 재생산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나아가 디지털에서 갖춰야 할 태도도 포함된다. 인성, 공감, 윤리의식과 같이 디지털 세상에서 건강한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태도를 뜻한다. 건강한 자세를 갖추고 바람직하게 활용하면 공부와 진로 탐색 등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타인과 공동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세상에는 유용한 디지털 도구들이 넘쳐난다. 공부뿐만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다.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CDL 박일준 대표는 "이러한 것들이 있는지 부모와 교사도 모르고, 배워본 적이 없으니 가르쳐줘 본 적도 없다"며 "기성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을 7 대 3으로 살았다면 아이들은 그 반대로 살아가게 될 텐데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만들면서 배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다양한 디지털 도구로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홀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성평등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마인드맵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정리한다. 이후 남학교와 여학교의 학생들이 화상으로 토론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자연스레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학교 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학교 폭력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 포스터나 영상 제작, 대안 제시 등을 하게 된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피해자의 고통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며 "가르치는 교육보다 스스로 배우다 보면 생각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CDL은 지난달부터 부산 교사 160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사 연수 수업을 진행한다. 7~8월에는 부산의 교대생 50명을 선발해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 코치 교육을 한다. 이어 9월부터는 부산 30개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16주 동안 디지털 시민교육을 받는다. 김묘은 대표는 "교사가 디지털 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고, 아이들도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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