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단동 '해사랑'] 광어와 고노와다 묵은지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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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 내장인 고노와다에 숙성한 광어회를 넣고 무친 '광어회 고노와다 무침'.

부산 사하구 하단동 가락타운 2, 3단지 아파트 인근에 하단 어촌계가 있다. 어부들이 많아서인지 뜻밖에 이 지역에는 맛있는 횟집이 많다. 올해 초 이곳에 이색적인 횟집이 한 곳 더 문을 열었다. 바로 '해사랑(대표 최인규)'이다.

창원 용원서 자연산 활어 경매
가장 맛좋은 제철 생선 모둠회로

해삼 내장 무침과 숙성한 광어회
얇게 썬 묵은지 곁들이면 '환상'

평범한 재료 비범한 맛 자랑
서대·병어 등 조림도 인상적

최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일식 요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구 남포동 '남일우초밥'에서 요리를 배웠다. 거기서 일하다 음식을 만드는 게 성격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 대표는 지난해까지 하단동의 '한강이자카야'에서 실무자로 일했다. 그곳에서 근무한 경력이 무려 9년이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는 직접 식당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오래 일했던 하단에서 다른 사람이 하던 가게를 인수해 횟집을 차렸다.

해사랑의 메인 메뉴는 회다. 그는 여기에 일식집에서 배운 실력을 덧붙여 일식풍 요리를 몇 가지 추가했다. 사시미 모리아와세, 광어회 고노와다 무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자신을 갖고 있었던 생선조림도 더했다.

얼큰한 양념 맛이 일품인 생선 조림
생선조림은 주로 안주용으로 잘 나간다. 서대, 나막스(붉은메기), 적어, 병어 등 계절에 맞는 생선을 사용해 만드는 음식이다. 생선조림의 생명은 양념이다. 그다지 특별한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평범하면서 일상에서 늘 쓰는 재료가 가장 건강하고 좋은 재료다.

조림용 양념은 다싯물에서 시작한다. 다시마에 무, 멸치를 넣어 끓인다. 여기에 간장, 설탕, 마늘, 고춧가루를 넣으면 양념이 완성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생선을 손질해 양념을 넣어 바로 졸여 상에 올린다.

나막스와 서대를 넣은 생선조림이 나왔다. 국물은 약간 얼큰하면서도 맑고 깔끔한 맛이었다. 잡스러운 느낌이 없이 가볍고 상큼했다. 양념이 생선 맛을 가리지 않고 잘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생선조림은 매우 부드러운 게 인상적이었다. 회를 먹고 난 뒤 다소 느끼한 뒷맛을 잡기에 좋다. 최 대표는 "병어조림이 특히 맛있다. 병어는 갈치보다 부드럽다. 그래서 먹기가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제철 활어로 만드는 모둠회.
모둠회는 양식과 자연산을 따로 판매한다. 철에 따라 회 종류는 다르다. 농어, 참가자미, 게르치(쥐노래미), 베도라치 등을 사용한다. 자연산 활어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에서 경매로 받아온다. 겨울에는 대구도 사용한다. 그는 "겨울 대구는 용원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농어회와 광어회는 숙성하고, 자연산은 주문받으면 바로 잡는다. 최 대표는 "자연산은 대체로 작다. 작은 고기를 숙성하면 살이 물러져 식감이 오히려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제철에 나오는 생선을 여러 가지 회로 맛볼 수 있는 요리다. 회에 참치와 연어를 더한 음식이다. 고등어가 나올 때는 고등어회를 추가하기도 한다.

해사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음식은 광어회 고노와다 무침이다. 해삼창젓인 고노와다에 숙성한 광어회를 넣고 무친 요리다. 광어회는 뜻밖에도 고노와다와 잘 어울린다.

다른 생선은 서로 겉돌지만, 광어는 고노와다에 휘감기는 느낌을 주는 맛을 낸다. 이 요리에는 얇게 썬 묵은지가 곁들여진다.

광어회 고노와다 무침을 젓가락으로 들어 입에 넣었다. 회와 고노와다를 묵은지에 얹었다. 고노와다 특유의 바다 냄새가 입 안을 감돌았다. 물컹한 느낌만 이어지려는 순간 광어회의 쫄깃한 식감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어 사각거리는 묵은지의 짠맛이 고노와다와 광어의 조화를 순조롭게 만들어줬다.

일식집에서 일한 풍부한 경력의 소유자답게 초밥도 최 대표가 자랑하는 음식이다. 그는 초밥에서 '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밥에 레몬, 천일염을 미량 넣은 배합초를 뿌린 뒤 숙성해 초밥을 만든다.

그는 "우리 식당은 배합초 향이 강하다. 회의 식감을 잘 살려준다. 사람마다 초밥을 좋아하는 성향이 다르다. 우리 식당에서는 밥맛이 좋은 초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회를 먹은 뒤 생선조림을 시켜 식사하거나 술을 한 잔 더 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방문해서 맛있는 생선 요리를 드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해사랑/부산시 사하구 하신번영로 258-1. 051-202-3726. 모둠회 5만~9만 원, 사시미 모리아와세 5만~8만 원, 광어회 고노와다 무침 4만 원, 생선조림 3만~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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