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도 완치 가능, 5년 생존율 70% 넘어
대장암 수술
대장은 전체 길이가 1.5m 정도인 관 모양의 장기다. 항문 쪽의 직장(곧창자)과 앞쪽의 결장(잘록창자)으로 분류된다. 대장의 기능은 배변의 저장과 배출에 주로 관여한다. 서구형 암이었던 대장암은 2000년대 이후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량 부족, 비만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는 주요 암 중의 하나다.
대장암이 발병해도 특이한 증상 호소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환자 중에는 진행된 상태에서 대장암이 발견되고 있다.
조기암·국소 진행암·전이암 분류
조기 발견 시 ‘95%’ 치료 가능
복강경 수술 대세, 로봇 수술도 확대
선별적 방사선 치료 필요성 커져
항문 보존 가능한 수술법 늘어나
맞춤형 항암제, 전이암 환자에 희망
■세계 최고의 5년 생존율
대장암은 수술에 의해서만 완치가 가능하다. 항암 요법이나 방사선 요법은 대장암 수술의 보조적 치료이며 전이성이나 재발 대장암의 증상 완화를 위해서도 시행된다.
국내 대장암의 수술 후 치료 성적은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서도 우수하다. 5년 생존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대장암의 수술 결과는 동일하지 않고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성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장암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조기암, 국소 진행암, 전이암으로 분류된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조기암은 95%, 국소 진행암은 70~80% 이상, 전이암은 30~50% 정도가 5년 생존율을 보인다.
결국 전체 대장암의 20~25% 정도를 차지하는 전이성 대장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장암은 수술 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장암 치료 전문가로부터 표준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 기대 수명이 대장암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 vs 복강경 vs 경항문 미세수술
대장암 수술은 전통적으로 15~20cm 정도의 큰 복부 절개를 통한 개복 수술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큰 피부 절개와 흉터, 수술 후 회복 지연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서 복부 절개의 크기가 현저히 작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이 시작됐다. 4~5개의 작은 구멍에 복강경 포트를 삽입해 수술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대장암 표준 수술법으로 정착됐다.
2010년 이후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내는 다공식 복강경 수술 대신에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나왔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배꼽 부위에 구멍을 한 개만 내고 모든 수술이 이루어지는데 흉터가 적어 미용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다.
첨단 수술 방법인 로봇 수술과 경항문 미세 수술도 시도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다공식 복강경 수술보다 확대된 수술 시야와 영상이 뒷받침돼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좁은 골반을 가진 남성 직장암 환자들이나 하부 직장암 환자들에게 유리한 수술이다.
경항문 미세 수술은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유사한 방법으로 항문을 통해 복강경 기구를 조작해 수술을 진행한다. 조기 직장암의 경우 직장 보존이 가능하여 배변 기능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해운대백병원 대장항문외과 신진용 교수는 “대장암 환자들에게 획일적인 수술 방법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수술 후 삶의 질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최선의 수술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최근 연구 결과에 근거할 때 최신 수술법인 로봇 수술이나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재발률이나 생존율 측면에서 기존의 개복 수술이나 다공식 복강경 수술과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그동안 로봇 수술과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우수한 치료 성적을 국제학회와 국제학술지에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방사선 치료할까? 항문 보존은?
수술을 앞둔 직장암 환자의 중요한 변수는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 여부다. 진행성 직장암은 암의 진행 정도와 크기를 감소시키기 위해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방사선 치료는 재발 위험을 줄이지만 배변 기능의 저하, 수술 연결 부위의 노출 가능성 증가, 방사선 장염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방사선 치료를 선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해운대백병원 신진용 교수는 “최근에는 직장암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 대상을 축소하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진행성 직장암의 경우 MRI 검사를 통해 보다 선별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배변 기능과 수술 합병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지도 환자들이 촉각을 세우는 문제다. 항문을 보존하지 못하면 삶의 질이 극도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항문 입구에 위치하거나 골반저 근육을 침범한 직장암이 아니면 항문 보존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항문 입구에서 5cm 이내에 발병한 직장암은 항문 제거술을 했지만 지금은 보존하는 쪽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재발 가능성이 낮은 조기 직장암은 경항문 미세수술법으로 직장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배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난치성으로 알려진 복막전이 환자도 희망은 있다.
4기의 전이성 대장암은 항암치료를 할 때 유전자 검사와 대장암 발생 위치를 고려해 항암제를 선택한다. 맞춤형 항암제를 선택하면 간이나 폐절제술이 가능해져 5년 생존율을 50% 정도로 높일 수 있다.
신진용 교수는 “복막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복막절제술과 미토마이신을 이용한 수술 중 항암요법을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맞춤형 항암제를 선택하면 예후가 좋지 않은 전이성 대장암도 완치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